WEBVTT

00:45.840 --> 00:47.000
오늘은 금요일이에요

00:47.520 --> 00:49.480
조금 있으면 저녁 7시고요

00:50.000 --> 00:52.400
남편의 형과 누나가
곧 집으로 올 거예요

00:52.480 --> 00:55.640
가족 문제로 싸울 일이 있어서요

00:56.160 --> 00:59.280
훌리안 남매들이니
'싸운다'는 표현이

00:59.360 --> 01:02.080
의심의 여지 없이 제일 적절하죠

01:02.600 --> 01:05.280
이거 말고 지난주에 산 거로요

01:05.800 --> 01:07.400
치즈도요

01:07.920 --> 01:10.040
훌리안은 아무것도 사지 말랬는데

01:10.120 --> 01:12.240
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
뭐라도 해야죠

01:12.760 --> 01:15.640
남편은 3남매 중 막내예요
첫째는 빅토르

01:15.720 --> 01:17.040
둘째는 나탈리아

01:17.120 --> 01:19.760
그리고 제 남편 훌리안이 있죠

01:20.720 --> 01:23.640
나탈리아가
아버지 일로 상의할 게 있다고

01:23.720 --> 01:25.240
꼭 모이자고 했어요

01:25.760 --> 01:28.200
저희 시아버지는 올해 89세고

01:28.280 --> 01:29.120
사별하셨어요

01:29.200 --> 01:32.640
이젠 혼자 못 사신다는
나탈리아 말이 맞아요

01:32.720 --> 01:35.040
길을 잃는 횟수가 점점 늘거든요

01:35.560 --> 01:36.880
그리고 최근에는

01:36.960 --> 01:40.640
이웃 여성들에게 성기를 보여주는
나쁜 습관까지 생겼고요

01:41.840 --> 01:43.240
그거면 돼요, 얼마죠?

01:44.080 --> 01:48.000
나탈리아 말로는
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

01:48.080 --> 01:50.880
심각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
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대요

01:52.640 --> 01:55.080
빅토르는 조금 늦는다고
벌써 얘기했어요

01:55.160 --> 01:59.440
늘 그렇듯
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나요

02:00.040 --> 02:02.160
마리사라는 아내가 있고

02:02.240 --> 02:04.920
둘 사이에는 4명의 자식과
2마리의 개가 있죠

02:05.960 --> 02:08.600
둘은 아주 어릴 때
대학교에서 만났어요

02:09.120 --> 02:12.280
끈질긴 구애 끝에
마침내 연인이 되었고

02:12.360 --> 02:15.560
어쩌다 보니 임신까지 했대요

02:16.640 --> 02:19.200
빅토르의 장인은
실력 있는 유명 변호사고

02:19.280 --> 02:22.080
빅토르도 이내
가족 로펌에서 일하게 됐죠

02:22.600 --> 02:27.080
그런데 지금까지도
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요

02:29.240 --> 02:32.080
입만 살아 있는 허세 덩어리

02:32.160 --> 02:34.240
훌리안이 맨날 그렇게 불러요

02:35.240 --> 02:37.840
꿈도 못 꾸던 지위를 얻어
어떻게든 유지하려고

02:37.920 --> 02:42.040
아내가 시키는 일이라면
뭐든지 다 하는 남자라나

02:45.200 --> 02:46.280
나탈리아는요

02:47.080 --> 02:50.280
오빠나 동생과는
전혀 다른 사람이에요

02:50.360 --> 02:52.760
진지하고 내성적이고

02:52.840 --> 02:55.760
강박적일 만큼 철저한 데다
진정한 완벽주의자죠

02:56.600 --> 03:00.680
존경받는 교수님인데
그것만으로도 모자라

03:00.760 --> 03:02.320
바쁜 와중에 짬이 날 때면

03:02.400 --> 03:06.320
기사도 쓰고
수많은 언어의 글을 번역까지 해요

03:07.280 --> 03:09.240
나탈리아는 헤로니모와 결혼해서

03:09.320 --> 03:10.640
딸이 하나 있어요

03:10.720 --> 03:12.760
하지만 행복했던 적이 없죠

03:13.520 --> 03:15.680
헤로니모는 늘 바람을 피우고

03:15.760 --> 03:17.040
남들도 다 알아요

03:17.880 --> 03:21.960
다행히 나탈리아에게는
무척이나 각별한 친구가 있습니다

03:22.680 --> 03:25.680
어디든 같이 다니고
서로 잘 맞는 친구예요

03:26.480 --> 03:28.200
그 친구분은 싱글이고요

03:28.720 --> 03:30.120
다른 뜻이 있어서라기보단

03:30.200 --> 03:33.960
그냥 가끔은 나탈리아가
너무 뻣뻣하지 않고

03:34.040 --> 03:37.920
뭐랄까, 조금 풀어지면
좋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에요

03:39.480 --> 03:40.360
안녕히 가세요

03:41.440 --> 03:43.120
다 같이 모이는 일이 거의 없는데

03:43.200 --> 03:46.080
모일 때면
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

03:46.160 --> 03:48.440
티격태격 싸우거든요

03:50.600 --> 03:51.720
전 외동딸이에요

03:52.240 --> 03:53.920
부모님은 돌아가셨고요

03:54.680 --> 03:56.320
이제 그분들이 제 가족이에요

03:56.840 --> 04:00.960
가족이 제일 중요하잖아요
왜냐하면 파트너는...

04:01.640 --> 04:04.000
파트너는 언제든지
떠날 수 있으니까요

04:04.520 --> 04:05.920
친구도 있다가 없다가 하고요

04:06.000 --> 04:10.280
그래도 가족과 형제는
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

04:10.800 --> 04:12.760
엄청난 행운인데 그걸 모르네요

04:16.360 --> 04:19.960
"쉰세 번의 일요일"

04:24.040 --> 04:25.320
문에서 소리 났어요

04:25.400 --> 04:26.680
나 왔어!

04:26.760 --> 04:28.720
훌리안이에요, 이제 도착했네요

04:28.800 --> 04:31.120
분명 기억 안 나는 척할 거예요

04:33.360 --> 04:34.200
무슨 척을 해?

04:34.280 --> 04:35.840
아냐, 혼잣말이었어

04:36.520 --> 04:38.720
-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어?
- 캐스팅

04:40.040 --> 04:41.880
- 말 안 했잖아
- 그랬지

04:41.960 --> 04:43.520
TV 드라마 캐스팅?

04:44.120 --> 04:45.760
아니, 광고

04:46.600 --> 04:49.400
광고도 TV에 나가는 거 아냐?

04:49.480 --> 04:50.920
그렇다고들 하지

04:51.440 --> 04:53.120
무슨 광고야?

04:54.480 --> 04:55.840
가스파초

04:56.720 --> 04:57.760
난 토마토 역할이야

04:59.400 --> 05:00.240
잘됐네

05:00.320 --> 05:02.000
난 샤워할게

05:02.600 --> 05:03.520
좋지

05:04.160 --> 05:06.440
빨리하고 나와
다들 곧 도착할 거야

05:13.040 --> 05:14.520
누가 곧 도착해?

05:14.600 --> 05:16.560
형이랑 누나 오기로 했잖아

05:17.160 --> 05:18.000
오늘?

05:18.520 --> 05:19.400
확실해?

05:19.480 --> 05:21.200
금요일이라며?

05:21.720 --> 05:22.760
오늘이 금요일이야

05:22.840 --> 05:24.760
잊고 싶었나 봐

05:24.840 --> 05:25.920
그런가 보네

05:27.800 --> 05:29.160
먹을 거 준비했어?

05:29.240 --> 05:31.120
응, 먹을 거 준비했지

05:31.200 --> 05:34.120
- 자기가 깜빡할 줄 알았으니까
- 무슨 뜻이야?

05:34.200 --> 05:36.320
아무 뜻 없어, 진정해

05:39.800 --> 05:40.840
알겠어

05:40.920 --> 05:42.120
근데 내 말은

05:42.200 --> 05:45.480
음식을 많이 준비할수록
더 오래 있으니까 그렇지

05:45.560 --> 05:47.880
응, 그래도 자주 오진 않잖아

05:52.240 --> 05:54.400
저는 간호사고 병원에서 일해요

05:54.480 --> 05:55.760
훌리안은 배우고요

05:55.840 --> 05:58.560
하지만 안타깝게도
운이 따라주질 않았죠

05:59.080 --> 06:01.560
젊었을 때는
TV와 연극 일도 몇 번 했는데

06:01.640 --> 06:04.760
크게 주목받은 적은 없었어요

06:05.520 --> 06:09.320
우리는 5년 전에 만났고
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답니다

06:09.400 --> 06:10.600
저보단 남편이 특히요

06:11.120 --> 06:14.200
아이는 없고 이 집은 월세예요

06:14.280 --> 06:16.480
누나가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
못 받았네

06:18.440 --> 06:20.440
응, 점심때 전화했길래

06:20.520 --> 06:22.560
자기 휴대폰으로 하라고 했어

06:22.640 --> 06:23.800
무슨 일이래?

06:23.880 --> 06:26.200
- 형이랑 얘기했나 물어보려고
- 형은 왜?

06:26.280 --> 06:28.000
전구 때문에

06:28.520 --> 06:29.440
무슨 전구?

06:29.520 --> 06:30.400
나도 모르지

06:30.920 --> 06:34.240
암튼 무지 중요한 일이라
휴대폰으로 한다고 했어

06:34.320 --> 06:36.800
전구가 중요해 봤자지

06:36.880 --> 06:38.200
말도 안 돼

06:39.520 --> 06:40.600
카롤리나

06:40.680 --> 06:41.640
응

06:42.600 --> 06:43.600
뭐 하는 거야?

06:43.680 --> 06:45.800
꽃을 좀 샀거든

06:46.440 --> 06:49.400
다른 꽃병이 없어서 이거 쓰려고

06:49.480 --> 06:51.840
- 벽장에 보관해 뒀던 거
- 숨겨둔 거지

06:52.600 --> 06:55.200
벽장 안에 숨겨둔 거야
그냥 보관이랑은 달라

06:55.280 --> 06:58.440
당신 형이 준 거잖아
마침 오늘 오니까...

06:58.520 --> 07:00.520
마침 오늘 오니까 뭐?

07:01.640 --> 07:03.040
샤워한다고 안 했어?

07:03.560 --> 07:05.720
전에 얘기했는데
기억 못 하나 보네

07:05.800 --> 07:08.800
난 그거 확 버리고 싶었는데
당신이 말려서 못 했어

07:08.880 --> 07:10.680
맞다, 그랬지

07:11.480 --> 07:14.800
- 그럼 꽃은 어디에 꽂아?
-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?

07:14.880 --> 07:17.120
고양이 밥 줘야겠다

07:17.200 --> 07:18.200
카롤리나

07:18.280 --> 07:19.360
듣고 있어

07:19.440 --> 07:22.200
이 꽃병 꺼내려고 일부러 꽃 샀어?

07:22.280 --> 07:24.400
꽃이 예쁘니까 산 거지

07:24.480 --> 07:26.840
손님들 오면 보기에도 좋고

07:28.920 --> 07:32.480
내 형이랑 누나지
우리 손님이 아냐

07:32.560 --> 07:34.600
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어

07:35.120 --> 07:36.320
오히려 그 반대지

07:37.400 --> 07:41.080
가족이란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
잘 모르겠으면

07:41.160 --> 07:42.920
자기는 그냥 잠자코 있어

07:43.000 --> 07:44.840
- 뭐가 어떻게 돌아가?
- 가족 관계

07:44.920 --> 07:48.520
- 이 꽃병은 모욕이야
- 그렇게까지 이상하진 않아

07:48.600 --> 07:51.840
이건 모욕이야
자기도 뻔히 알면서 그래

07:52.960 --> 07:56.320
못생기고 촌스럽고 허세만 가득해

07:56.960 --> 07:58.160
딱 우리 형처럼

08:00.800 --> 08:02.280
잊었나 본데

08:02.800 --> 08:04.840
이거 형이
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거야

08:05.520 --> 08:08.960
근데 알고 보니
백화점 사은품이었지

08:09.040 --> 08:10.240
캔 하나 따줄래?

08:10.320 --> 08:11.360
근데 형 생각에는

08:11.880 --> 08:14.920
멍청한 동생한테
선물할 게 필요하니까

08:15.000 --> 08:18.120
이 개떡 같은 꽃병을 주고
생색이나 내자 싶었던 거야

08:18.200 --> 08:19.280
무슨 캔?

08:19.360 --> 08:20.520
안초비

08:21.040 --> 08:22.720
그리고 이런 말 미안한데

08:22.800 --> 08:24.480
우리가 저 꽃병을

08:24.560 --> 08:27.000
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려고

08:27.080 --> 08:30.000
일부러 저렇게 놔둘 생각을 했다니

08:30.080 --> 08:31.320
난 그게 더 짜증 나

08:31.400 --> 08:33.760
진정해, 다른 데 두면 되잖아

08:33.840 --> 08:35.640
또 그러네, 나 괜찮아

08:36.160 --> 08:37.240
안 괜찮아 보여?

08:37.320 --> 08:39.080
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

08:39.600 --> 08:41.000
오늘 좋은 하루 보냈어?

08:41.520 --> 08:42.720
방금 전까지는 그랬지

08:49.920 --> 08:53.440
행동을 보여줄 때는
신중해야 하니까 하는 말이야

08:54.320 --> 08:58.640
당신은 좋은 뜻이겠지만
형은 다르게 볼 수도 있어

08:59.600 --> 09:02.520
그리고 형을
특별히 배려할 필요도 없고

09:02.600 --> 09:05.520
그냥 우리 형이잖아
총리가 아니라고, 알겠지?

09:05.600 --> 09:06.720
알다마다

09:08.120 --> 09:12.200
그리고 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
식사까지 우리가 준비하잖아

09:12.720 --> 09:17.320
그것도 당연히
형이 여기서 하자고 해서 그렇고

09:17.920 --> 09:21.200
부자 동네에 있는 고급 저택에
우리 따위를 초대할 순 없잖아

09:21.280 --> 09:24.120
페르시안 깔개에
뭐 묻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

09:24.720 --> 09:27.000
나 이제 진짜로 좀 긴장돼

09:27.080 --> 09:28.120
조금?

09:28.640 --> 09:29.960
어서 샤워해

09:44.480 --> 09:47.520
- 안초비로 뭐 할까?
- 크래커 위에 올려줘

09:49.640 --> 09:53.680
- 몇 시에 오라고 했어?
- 형한테는 8시라고 했어

09:54.200 --> 09:56.200
- 지금 8신데
- 알아

09:56.720 --> 10:00.040
형은 30분 늦게 올 거야
항상 그렇잖아

10:00.640 --> 10:03.800
형 부부처럼
자기들이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은

10:04.320 --> 10:07.560
늦게 오는 게
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

10:07.640 --> 10:09.320
누나는 정반대잖아

10:09.400 --> 10:11.640
그래서 누나한테는
9시에 오라고 했어

10:11.720 --> 10:14.800
- 왜 그랬는지 궁금해?
- 궁금해 죽겠다

10:15.920 --> 10:19.320
왜냐하면 누나는
30분 일찍 올 테니까

10:19.400 --> 10:23.840
그럼 둘이 8시 30분 정각에
현관 앞에서 마주치겠지

10:23.920 --> 10:26.360
둘이 같이 오면
나 귀찮게 할 일 없잖아

10:28.000 --> 10:31.120
형제가 있다는 건
엄청 피곤한 일이야

10:31.200 --> 10:32.560
자기는 모르겠구나

10:32.640 --> 10:35.360
누나가 일찍 오는 건
도와주고 싶어서잖아

10:35.440 --> 10:38.640
아니지, 일찍 오면 귀찮기만 하지

10:39.160 --> 10:40.360
근데, 뭐

10:40.880 --> 10:43.800
누나는 항상
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고

10:43.880 --> 10:46.040
직접 챙기지 않으면
큰일 나는 사람이니...

10:46.760 --> 10:48.120
오늘 이 자리도 그래

10:49.080 --> 10:51.960
아빠가 잠깐 정신 팔려서
버스 잘못 타는 바람에

10:52.040 --> 10:54.600
콜메나르 데 오레하까지 가서
데려오긴 했지

10:55.360 --> 10:56.280
근데 뭐?

10:56.800 --> 10:59.240
그렇다고 요양원에 보내버려?

10:59.320 --> 11:02.080
그리고 또... 그거 있잖아

11:02.680 --> 11:03.520
말해, 자기야

11:03.600 --> 11:07.320
아빠가 거시기 좀 내놓겠다면
그냥 그러라고 해

11:07.400 --> 11:08.320
그게 뭐 어때?

11:09.440 --> 11:11.480
- 그래
- 어차피 곧 가실 분이야

11:11.560 --> 11:14.240
남자들은 다 그래
그게 잘못은 아니지

11:14.320 --> 11:15.320
그럼

11:15.960 --> 11:19.400
내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지만
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

11:19.480 --> 11:20.840
손님 없을 때

11:26.360 --> 11:27.480
누나

11:28.680 --> 11:29.600
응

11:31.040 --> 11:33.040
아냐,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돼

11:33.560 --> 11:35.200
오래 안 걸릴 텐데, 뭐

11:36.000 --> 11:37.080
어디야?

11:39.200 --> 11:40.120
뭐?

11:41.600 --> 11:44.440
오늘 만나기로 한 게 아니었어?

11:45.560 --> 11:47.280
내일, 토요일이구나

11:47.960 --> 11:49.200
아니...

11:49.760 --> 11:50.800
걱정하지 마

11:50.880 --> 11:53.240
아냐, 내가 착각했나 봐

11:53.880 --> 11:55.800
그래, 걱정하지 말래도

11:55.880 --> 11:58.680
안초비는 다시 캔에 넣으면 돼
그뿐이야

11:59.640 --> 12:00.760
농담이지

12:01.600 --> 12:04.240
알았어, 내일 8시 30분에 봐

12:04.760 --> 12:06.880
아니, 9시에 봐

12:07.400 --> 12:08.440
9시에 와

12:08.960 --> 12:09.800
끊어

12:10.320 --> 12:11.240
안녕

12:16.320 --> 12:19.200
솔직히 꽃병한테 좀 미안하네

12:19.840 --> 12:21.960
억지로 끌려 나와서
몸을 노출했잖아

12:32.760 --> 12:34.560
이번에는 다섯

12:34.640 --> 12:39.000
하나, 둘, 셋, 넷, 다섯

12:42.040 --> 12:45.960
오늘은 토요일이에요
곧 7시고요, 또요

12:46.720 --> 12:49.680
오늘은 훌리안이
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서

12:50.200 --> 12:52.000
모임을 취소하려고 했어요

12:52.600 --> 12:54.840
어제의 오해는 자기 실수가 아니라

12:54.920 --> 12:57.000
형이랑 누나 때문이라고 믿거든요

12:57.080 --> 12:58.800
훌리안에게 얘기 안 하고

12:58.880 --> 13:00.800
자기들끼리 바꾼 적이
종종 있었나 봐요

13:02.640 --> 13:05.560
훌리안 말로는
어릴 때부터 그랬고

13:05.640 --> 13:09.960
그게 다 동생을 무시해서
그러는 거래요

13:10.040 --> 13:12.960
다행히 점심 먹고 나니
기분이 좀 나아져서

13:13.040 --> 13:15.560
원래대로 오늘 모임을
하겠다고 했죠

13:15.640 --> 13:16.880
나탈리아

13:17.440 --> 13:20.000
- 늘 이렇게 칼 같다니까
- 도와주려고 일찍 왔어

13:20.080 --> 13:21.040
알죠

13:21.840 --> 13:23.360
- 잘 지냈어요?
- 물론이지

13:24.920 --> 13:25.760
들어와요

13:27.840 --> 13:28.760
훌리안

13:29.280 --> 13:30.600
누나

13:31.360 --> 13:34.600
초인종 눌렀는데 문을 안 열더라

13:35.280 --> 13:38.080
긴장 풀기 연습 중이었거든

13:38.160 --> 13:39.880
손님 올 때마다 하는 거야

13:41.280 --> 13:43.800
- 오빠는 왔어?
- 아니, 이상하네

13:43.880 --> 13:45.800
난 둘이 같이 올 줄 알았는데

13:46.320 --> 13:48.320
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봐

13:48.920 --> 13:51.240
- 뭐라고?
- 아니에요, 신경 쓰지 마세요

13:51.320 --> 13:53.320
- 금방 올게
- 어디 가는데?

13:53.400 --> 13:56.400
가게에, 고양이 사료 사러

13:56.960 --> 13:58.760
- 같이 가자
- 네, 같이 다녀와요

13:58.840 --> 14:00.200
진심이야?

14:00.280 --> 14:02.680
벌써 싸울 필요 없잖아

14:02.760 --> 14:05.880
전 가서 좀 씻을게요
운동하고 바로 왔거든요

14:09.760 --> 14:10.600
먼저 나가

14:12.400 --> 14:15.080
- 어제 세 번이나 전화했어
- 응

14:15.160 --> 14:16.960
카롤한테 들었어

14:17.040 --> 14:19.440
전구 때문에
누나가 걱정이 많다나?

14:19.520 --> 14:20.960
그러게 말이야

14:21.040 --> 14:24.040
네 누나 극성인 거 너도 알지?

14:24.560 --> 14:26.440
- 화났어?
- 조금

14:26.520 --> 14:30.720
- 왜 그래, 원래 화 안 내잖아
-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어

14:30.800 --> 14:32.680
그럼 나한테 말했어야지

14:32.760 --> 14:35.280
네가 벌써 바꿨는지
궁금해서 물어본 거야

14:35.920 --> 14:38.440
- 전구를?
- 그래, 전구 말이야

14:38.520 --> 14:42.560
그렇구나, 근데
정확히 어떤 전구를 말하는 거야?

14:43.080 --> 14:45.400
- 아빠 집 화장실에 있는 거
- 그래

14:45.480 --> 14:46.960
오빠랑 통화 안 했어?

14:47.560 --> 14:48.640
오빠라니?

14:51.160 --> 14:52.680
화장실 전구가 깜빡거려

14:52.760 --> 14:53.640
깜빡거려?

14:53.720 --> 14:55.560
응, 아빠 말로는
깜빡깜빡 윙크한대

14:55.640 --> 14:56.840
뭘 해?

14:56.920 --> 14:59.800
윙크, 아빠가 그랬어
나갔다, 들어왔다 한대

14:59.880 --> 15:02.960
나한테 그거 바꿔달라고 한 지
한참 됐어

15:03.040 --> 15:05.120
이번 주 내로 부탁해, 훌리안

15:05.680 --> 15:06.920
알았어, 내가 할게

15:07.000 --> 15:08.800
걱정 마, 진정해

15:08.880 --> 15:10.000
나 괜찮은데

15:10.520 --> 15:11.520
안 괜찮아 보여?

15:11.600 --> 15:13.280
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

15:13.360 --> 15:16.680
'깜빡깜빡 윙크'를 해?
뭐 그런 말이 다 있어?

15:17.960 --> 15:20.360
며칠 전에 오빠한테도 말했어

15:20.440 --> 15:22.400
둘이 이미 얘기한 줄 알았지

15:22.480 --> 15:24.800
너한테 전화해서 시킨다고 했거든

15:27.800 --> 15:29.320
- 뭐?
- 뭐가?

15:29.840 --> 15:32.720
방금 한 말 다시 해줄래?

15:33.960 --> 15:36.600
방금 한 말?
너한테 전화한다고 했다고

15:36.680 --> 15:38.760
그다음에 한 말

15:38.840 --> 15:40.920
너 시킨다고

15:41.440 --> 15:42.360
왜 나야?

15:42.440 --> 15:45.480
모르지, 훌리안
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

15:45.560 --> 15:48.600
그야 그렇지만 왜 나야?
왜 형이 안 하고?

15:48.680 --> 15:49.960
청소 아줌마가 하셔도 되고

15:50.040 --> 15:52.480
그분이 아빠보다
나이가 더 많아, 훌리안

15:52.560 --> 15:55.560
사다리 올라가면
어지럽다고 하실걸? 오빠는...

15:56.160 --> 15:57.080
형이 뭐?

15:57.160 --> 15:59.640
너도 알다시피 바쁘잖아

15:59.720 --> 16:02.880
그래, 그렇지

16:03.400 --> 16:04.320
불쌍해라

16:08.520 --> 16:10.560
- 안녕하세요
- 안녕하세요

16:15.560 --> 16:17.040
말할 때 어땠어?

16:17.600 --> 16:18.600
뭐가?

16:18.680 --> 16:23.040
'깜빡깜빡 윙크'라고 할 때
어떤 말투로 말했냐고

16:23.120 --> 16:24.080
뭐라고 했어?

16:24.600 --> 16:27.920
'전구는 훌리안이 바꿀 거야'

16:28.440 --> 16:30.240
'딱히 할 일도 없잖아'

16:30.320 --> 16:32.120
전구 하나 갖고 뭘 그래?

16:32.200 --> 16:35.360
전구 갈기처럼 천한 일은
당연히 안 하려고 하겠지

16:35.440 --> 16:37.640
귀족은 그런 일 안 하니까

16:38.160 --> 16:39.840
내가 아직 돈도 안 갚았고

16:42.000 --> 16:44.320
- 아직 안 갚았어?
- 들어가세요

16:44.840 --> 16:46.160
응, 그게 뭐?

16:46.240 --> 16:49.880
훌리안, 아빠 집 전구 하나
바꾸는 것뿐이잖아

16:49.960 --> 16:52.320
네가 시간이 될 것 같으니
그렇게 말했겠지

16:52.400 --> 16:54.520
물론이야
근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?

16:55.040 --> 16:57.720
왜냐하면 형한테 나는
우리 가족 집사고

16:57.800 --> 17:00.520
잡일에 심부름이나 하는 애니까

17:00.600 --> 17:02.160
전구 안 바꿀 거야

17:03.720 --> 17:04.840
뭐 하려고?

17:05.560 --> 17:06.760
열쇠 찾아

17:09.120 --> 17:09.960
그래서

17:10.680 --> 17:12.120
이제 어떡해?

17:12.200 --> 17:13.360
나도 몰라

17:13.880 --> 17:15.520
회의 안건에 올리든가

17:15.600 --> 17:19.640
1번은 아빠 똘똘이
그다음은 전구 교체

17:21.280 --> 17:23.000
그거 말고는 별일 없어?

17:23.080 --> 17:26.320
아주 좋아
자세히 얘기만 안 하면 다 좋지

17:26.400 --> 17:28.320
- 누나는?
- 나 물 한 잔만

17:28.400 --> 17:30.360
약 먹어야 해

17:30.440 --> 17:31.880
그놈의 편두통

17:31.960 --> 17:33.000
그러게

17:34.960 --> 17:37.680
어머나, 꽃이 정말 예쁘네

17:38.200 --> 17:40.080
엄청, 완전 예뻐

17:40.160 --> 17:42.640
누가 안 사 가면 버려야 하니

17:43.160 --> 17:44.520
안타까운 일이지

17:44.600 --> 17:45.880
꽃병이랑 같이 팔더라

17:48.360 --> 17:49.360
고마워

17:53.560 --> 17:55.760
자, 난 뭐 할까?

17:55.840 --> 17:58.480
안초비를 크래커 위에 올려줘

17:58.560 --> 17:59.560
알겠어

18:03.920 --> 18:05.720
아직 그 얘기를 못 했네

18:06.720 --> 18:09.040
- 무슨 얘기?
- 책은 마음에 들었어?

18:09.560 --> 18:10.520
책이라니?

18:11.600 --> 18:12.440
소설 말이야

18:13.400 --> 18:14.240
웬 소설?

18:15.200 --> 18:16.680
그거 있잖아

18:17.680 --> 18:18.720
오빠가 쓴 거

18:23.160 --> 18:24.640
형이 소설을 썼어?

18:25.240 --> 18:27.520
아빠 집에 세탁기도 새로 사야...

18:27.600 --> 18:29.080
- 누나
- 응?

18:30.280 --> 18:32.240
말 돌리지 말고

18:32.320 --> 18:34.040
- 눈치챘어?
- 응, 조금

18:34.120 --> 18:35.880
너도 아는 줄 알았지

18:35.960 --> 18:36.840
괜찮아

18:36.920 --> 18:39.400
괜찮은 건 나도 알아
안 괜찮을 게 뭐야?

18:39.920 --> 18:43.840
오빠가 너한테 말했는데
까먹었을 거야, 네가 워낙...

18:44.360 --> 18:45.200
워낙 뭐?

18:45.880 --> 18:48.640
알잖아, 잘 까먹는 거

18:49.160 --> 18:51.560
너한테도 주겠지, 진정해

18:51.640 --> 18:53.080
나 괜찮아

18:53.600 --> 18:54.880
안 괜찮아 보여?

18:54.960 --> 18:57.040
나 완전 괜찮아
너무 괜찮아서 뒈지겠어

18:58.560 --> 19:00.360
그랬단 말이지

19:01.560 --> 19:04.040
우리 형이 소설을 쓰셨어?

19:05.000 --> 19:06.920
대단한데, 안 그래?

19:08.040 --> 19:09.880
별일 아냐, 그냥...

19:09.960 --> 19:11.400
굉장한 소식이지

19:12.640 --> 19:15.160
형이 언제부터 소설을 썼대?

19:15.680 --> 19:18.080
아빠 얘기나 해
그러려고 모였잖아

19:18.160 --> 19:20.960
예술가님 오실 때까지
근황 토크나 하자

19:21.040 --> 19:23.320
- 언제 썼어?
- 나도 몰라

19:23.400 --> 19:25.680
알잖아, 말해봐

19:25.760 --> 19:28.920
진짜 몰라
좀 된 것 같아, 한 1년?

19:29.000 --> 19:31.040
- 세상에, 1년이나 됐어?
- 그 정도

19:31.120 --> 19:33.200
두 사람은 그런 얘기 자주 해?

19:33.280 --> 19:35.160
아니, 그냥 가끔

19:35.240 --> 19:36.400
나 없을 때

19:36.480 --> 19:38.560
그래, 훌리안, 주로 너 없을 때 해

19:38.640 --> 19:41.040
나한테 조언을 구하느라
얘기한 거야

19:41.560 --> 19:43.760
누나한테 조언을 구했다고?

19:43.840 --> 19:45.560
일요일에 하는 취미 생활이래

19:46.680 --> 19:49.920
일요일 취미? 무슨 소리야?

19:50.000 --> 19:52.120
일요일에 소설을 썼으니까

19:52.200 --> 19:53.240
일요일에?

19:53.320 --> 19:54.200
그래, 훌리안

19:54.280 --> 19:56.480
첫 장에 그렇게 쓰여 있어

19:57.040 --> 20:00.120
쉰세 번의 일요일을 보내고
그 책을 마쳤대

20:00.200 --> 20:01.360
금방 가요

20:02.160 --> 20:03.920
쉰세 번의 일요일?

20:04.440 --> 20:05.600
기가 막히네

20:06.560 --> 20:08.720
- 이제야 이해가 된다
- 뭐가?

20:09.240 --> 20:11.480
왜 내가 전화하면 안 받았는지

20:11.560 --> 20:13.960
소설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

20:14.040 --> 20:16.240
- 편들지 마
- 편드는 거 아냐

20:16.320 --> 20:19.560
그러려고 했잖아
형이 하는 거라면 맨날 두둔하지

20:19.640 --> 20:22.520
소설 쓰는 게
쉽진 않았을 거라는 얘기야

20:22.600 --> 20:23.440
이거 봐

20:23.960 --> 20:26.520
그리고 그 말의 의미는

20:26.600 --> 20:29.840
소설 집필이 너무 힘드니까

20:29.920 --> 20:33.040
전화받을 시간도 없었다 이거지

20:33.120 --> 20:36.640
전화하는 사람이
멍청이 남동생이라면 특히 더

20:36.720 --> 20:37.880
그 동생은 바로 나고

20:37.960 --> 20:40.280
훌리안, 오빠가 어떤지
너도 잘 알잖아

20:40.360 --> 20:44.560
자기 편할 때, 받고 싶을 때
내킬 때만 전화받는 사람이야

20:44.640 --> 20:45.800
왜?

20:45.880 --> 20:47.160
왜냐니?

20:47.240 --> 20:49.640
소설은 왜 썼대? 무슨 꿍꿍이야?

20:49.720 --> 20:53.240
몰라, 어쩌면
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...

20:53.320 --> 20:55.920
- 하고 싶은 얘기가 있구나!
- 무슨 말인지 알잖아

20:56.000 --> 20:58.520
무슨 말인지 알지, 누나, 다 알아

20:58.600 --> 21:00.080
그럼 됐고

21:00.160 --> 21:01.320
불쌍하네

21:02.680 --> 21:05.600
어제 이웃 사람이랑
아빠 얘기를 했어

21:05.680 --> 21:08.720
아빠의 성기 노출 때문에

21:09.240 --> 21:10.640
나한테 뭐라는지 알아?

21:10.720 --> 21:13.600
그 소설 나부랭이
누나가 보기엔 어땠어?

21:16.120 --> 21:18.680
- 놀릴 필요는 없잖아
- 안 놀려

21:18.760 --> 21:21.120
아니긴, '나부랭이'라고 했으면서

21:21.200 --> 21:23.440
- 비꼬는 거잖아
- 그래?

21:24.440 --> 21:27.320
맞아, 인정할게
말이 그렇게 나오는 걸 어떡해

21:27.400 --> 21:29.240
질투 나서 그래

21:29.320 --> 21:32.040
나도 속으로는 형을 엄청 존경해

21:32.120 --> 21:33.600
네가 오빠를 존경해?

21:33.680 --> 21:34.680
엄청

21:36.760 --> 21:39.320
- 화장실 써도 될까?
- 그럼요, 편히 쓰세요

21:39.400 --> 21:40.480
고마워

21:41.480 --> 21:43.120
형은 아직 안 왔어?

21:43.640 --> 21:45.080
곧 도착하겠지

21:45.600 --> 21:48.360
- 둘이 무슨 얘기 했어?
- 나중에 알려줄게

21:49.560 --> 21:51.920
내용이 뭐야?

21:52.440 --> 21:53.600
야해?

21:54.120 --> 21:56.480
좀 길더라

21:56.560 --> 21:59.160
- 저런, 형한테 그렇게 말했어?
- 아니

21:59.240 --> 22:02.560
근데 매일 전화해서
읽어봤냐고 물어

22:03.080 --> 22:06.240
어떻게 생각하는지 캐내려고
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몰라

22:06.320 --> 22:08.120
거참, 그럼 빡치지

22:08.200 --> 22:10.000
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말해달래

22:10.080 --> 22:12.280
솔직히 말하면 절대 안 돼

22:12.360 --> 22:14.000
대체로 그렇다는 거지?

22:14.080 --> 22:15.760
대체로, 항상

22:16.520 --> 22:18.560
진실을 말하는 건 결례야

22:18.640 --> 22:20.800
형이 소설을 썼대

22:21.360 --> 22:23.800
소설? 그럼 좋은 일 아냐?

22:24.320 --> 22:27.280
암튼 누나도 뿌듯하겠다

22:27.360 --> 22:29.760
- 내가 뭘 했길래?
- 아냐, 그냥 그렇다고

22:29.840 --> 22:31.960
형이 누나 말은 듣잖아
중요하게 생각하지

22:32.480 --> 22:35.120
누나 의견이
일종의 훈장 같은 거야

22:35.200 --> 22:38.960
내 의견이 남들보다 나을 게 뭐야?
쓸데없는 말 하지도 마

22:39.040 --> 22:42.560
형한테 내 의견은
형이 키우는 선인장과 동급일걸

22:42.640 --> 22:44.880
그만하래도, 훌리안
별일 아니잖아

22:45.400 --> 22:47.840
너한테도 한 권 주겠지
안 주면 더 좋고

22:47.920 --> 22:51.640
읽고 네 생각을 알려줘야 할
필요가 없으니까!

22:54.520 --> 22:56.760
누나는 이제 화도 낸대

22:57.280 --> 22:58.120
좋죠

22:58.720 --> 22:59.560
그래

23:00.800 --> 23:03.800
그리고 오빠는 다른 방식으로
널 중요하게 생각해

23:03.880 --> 23:07.360
- 뭐?
- 넌 다른 방식으로 중요하다고

23:08.720 --> 23:10.040
들었어, 카롤?

23:10.720 --> 23:13.000
- 형이 날 사랑한대
- 좋겠다

23:23.600 --> 23:24.840
형이 책 언제 줬어?

23:27.040 --> 23:29.960
몰라, 몇 달 전에

23:30.040 --> 23:32.520
그렇구나, 몇 달 전에?

23:32.600 --> 23:35.760
응, 아빠 생일이라
아빠 집에 갔던 날

23:35.840 --> 23:38.760
넌 그때 없었지
그래서 너한테 안 줬나 보다

23:39.400 --> 23:41.760
아닌데? 나도 그날 갔어

23:41.840 --> 23:45.160
- 안 왔잖아, 훌리안
- 늦었지만 가긴 갔어

23:45.240 --> 23:46.720
- 그랬나?
- 응

23:47.320 --> 23:50.640
근데 도스토옙스키 님이
책을 안 주셨네

23:51.160 --> 23:53.800
네가 괜히 꼬아서
생각하는 거야, 훌리안

23:53.880 --> 23:56.240
그때 한 권이 모자랐나 보지

23:56.320 --> 23:58.480
그래서 안 줬을 거야

23:58.560 --> 24:00.760
선택받은 자만 누리는 한정판이야?

24:00.840 --> 24:02.280
아마도

24:04.280 --> 24:05.120
그리고?

24:05.640 --> 24:06.520
그게 다야

24:07.040 --> 24:09.320
5분 안에 오빠 안 오면 나도 갈래

24:09.400 --> 24:10.640
제본은 잘됐어?

24:11.160 --> 24:12.160
그런 것 같아

24:12.240 --> 24:13.680
왜 그래, 중요하잖아

24:13.760 --> 24:15.720
나도 몰라, 책이면 됐지

24:15.800 --> 24:17.040
양장본이야? 딱딱해?

24:17.120 --> 24:18.200
아니던데

24:18.280 --> 24:19.120
돈 아꼈네

24:19.640 --> 24:21.080
부자들은 다 구두쇠야

24:21.160 --> 24:23.000
- 고양이 이름이 뭐였더라?
- 파니요

24:23.080 --> 24:25.080
- 파니
- 밥 줬어?

24:25.160 --> 24:27.560
응, 자기야
책은 마음에 들었어?

24:32.560 --> 24:34.200
그 표정 뭐야?

24:34.720 --> 24:35.640
무슨 표정?

24:36.480 --> 24:38.920
방금 질문했을 때 그 표정

24:39.800 --> 24:40.880
안에서 피워도 돼?

24:40.960 --> 24:42.800
아니, 고양이가 천식이 있어

24:45.920 --> 24:49.360
책이 마음에 안 들었어도
괜찮아, 누나

24:49.440 --> 24:51.880
뭐래, 마음에 쏙 들었어

24:51.960 --> 24:53.360
그랬어? 마음에 쏙?

24:54.240 --> 24:55.080
꽤

24:55.160 --> 24:57.640
마음에 쏙 든 거야, 꽤 든 거야?
둘은 다르지

24:57.720 --> 25:00.280
나쁘진 않아
발전의 여지는 있지만...

25:00.360 --> 25:01.960
- 아이고
- 뭐가?

25:02.040 --> 25:04.600
문장을 다 안 끝내고
'있지만'이라고 했잖아

25:05.560 --> 25:07.720
좀 아니다 싶은 부분도 있거든

25:07.800 --> 25:08.880
예를 들면?

25:10.120 --> 25:13.880
등장인물이 너무 많아
서사 구조도 너무 복잡하고

25:13.960 --> 25:17.000
어허, 조심!
서사 구조 얘기할 땐 조심해야지

25:17.080 --> 25:18.520
서사 구조는...

25:18.600 --> 25:21.000
그리고 결말도 이해가 안 돼

25:21.080 --> 25:22.040
성급하게 끝맺었군

25:22.120 --> 25:25.360
잘 읽긴 했어
그다지 재미는 없지만...

25:25.440 --> 25:27.960
- 그 말은...
- 첫 소설이잖아, 훌리안

25:28.040 --> 25:31.000
그래, 첫 소설이지, 근데...

25:31.080 --> 25:32.720
- 근데...
- 근데 뭐야?

25:32.800 --> 25:35.320
- 그게...
- 뭔지 말해

25:35.400 --> 25:36.680
쓰레기야!

25:42.080 --> 25:43.200
내가 받을게!

25:44.200 --> 25:45.680
누나가 자랑스럽다

25:46.840 --> 25:50.080
우리 오빠 소설인데 난 별로였다니
마음이 안 좋아

25:50.640 --> 25:52.080
근데 넌 아닌가 보다

25:55.120 --> 25:58.120
내가 좀 심했지, 나도 인정해

25:58.800 --> 26:02.520
근데 사실이 그렇잖아
그리고 거만함을 칭찬할 순 없어

26:02.600 --> 26:06.120
그럼 오빠가 거만한 사람이라
그 소설을 썼단 거야?

26:06.200 --> 26:07.240
당연하지

26:07.320 --> 26:10.520
내가 아까 한 말은
오빠한테 하지 마

26:10.600 --> 26:12.960
- 너무 미안하잖아, 부탁해
- 당연하지

26:13.480 --> 26:16.120
- 나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
- 그렇게 고생했는데, 불쌍해

26:16.200 --> 26:18.600
- 응, 불쌍하지, 누나도
- 내가 왜?

26:18.680 --> 26:21.680
책이 어땠는지
형에게 말해야 하잖아

26:21.760 --> 26:25.400
형이 쓴 소설 나부랭이가
쓰레기라고 말이야, 안 그래?

26:26.440 --> 26:28.040
- 누구 전화였어?
- 빅토르

26:28.120 --> 26:31.760
왜 전화했대? 다 왔으니까
내려와서 형 BMW 주차라도 하래?

26:33.160 --> 26:35.120
아니, 오늘 못 온대

26:36.120 --> 26:40.000
내일 요트 여행 갈 거라
오늘 마르베야에 있어야 해서

26:40.520 --> 26:43.520
아무래도
다음 주에 보는 게 좋겠대

26:44.120 --> 26:46.240
다른 날이나

26:49.720 --> 26:51.640
누나는 내 말 안 믿겠지만

26:51.720 --> 26:54.160
난 진심으로 형을 존경해

26:54.680 --> 26:55.960
왜 그런지 알아?

26:57.280 --> 26:59.680
나도 제발
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

27:00.760 --> 27:03.080
아빠 집 전구는 누가 바꿔?

27:07.680 --> 27:09.800
- 괜찮아요, 내가 할게요
- 도와줄게

27:10.320 --> 27:11.200
고마워요

27:17.080 --> 27:19.680
지난 토요일에
2차 시도가 실패한 후

27:19.760 --> 27:21.760
이젠 주중에 만나기로 했어요

27:22.280 --> 27:26.760
제발 입 다물고 성질 긁지 말라고
나탈리아가 훌리안에게 사정했죠

27:26.840 --> 27:30.880
'지난번에 유감스러우리만치
예의가 없었음에도'요

27:31.400 --> 27:34.400
훌리안이 한 말을
그대로 옮긴 거예요

27:35.080 --> 27:38.200
- 오래 기다렸어요?
- 아냐, 방금 왔어

27:38.720 --> 27:42.200
비가 와도 하필 지금 올 게 뭐람

27:42.280 --> 27:43.640
무슨 일 있어?

27:44.720 --> 27:46.440
아니, 왜?

27:46.520 --> 27:49.600
아냐, 오늘은 웬일로
시간 맞춰서 왔길래

27:52.440 --> 27:54.520
신발 안 벗어도 되겠어요?

27:55.200 --> 27:58.240
- 다 젖었잖아요
- 그러네, 아무래도 벗어야겠다

27:58.320 --> 28:00.040
- 네, 편하게 있어요
- 그래

28:00.120 --> 28:00.960
잠깐만

28:04.160 --> 28:07.640
안 그래도 나올 때
우산을 챙겨야 하나 망설였는데...

28:10.320 --> 28:14.040
이야, 이렇게 예쁜 꽃이 있나!

28:14.120 --> 28:15.560
- 예쁘죠?
- 응

28:15.640 --> 28:19.520
약간 시들기 시작하는데
그래도 꽃병 덕분에 미모가 살아요

28:19.600 --> 28:20.640
안 그래요?

28:21.480 --> 28:24.240
- 이 꽃병요
- 그래, 그렇지

28:24.840 --> 28:26.200
와인 한 병 가져왔어

28:26.720 --> 28:28.400
안 그래도 되는데

28:28.480 --> 28:31.120
신경 써야지
안 그러면 나중에 욕할 거잖아

28:31.200 --> 28:34.120
그란 레제르바야, 보르도 와인

28:34.200 --> 28:36.360
이런 거 안 마셔봤을걸

28:36.440 --> 28:37.640
당연하지

28:37.720 --> 28:40.360
이 집에서는
항상 싸구려 와인만 마시거든

28:41.080 --> 28:41.920
안 그래?

28:42.640 --> 28:45.080
- 애들은 잘 지내요?
- 그럼, 잘 있지

28:45.600 --> 28:49.600
빨리 남자 친구 생겨서
나갔으면 좋겠어, 왜냐하면...

28:50.120 --> 28:50.960
마리사는요?

28:51.480 --> 28:54.000
마리사야 항상 멋지게 잘 지내지

28:54.080 --> 28:55.200
오늘 오고 싶어 했는데

28:55.280 --> 28:58.880
나탈리아가 오늘 모임에서
배우자들은 빼자고 했어

28:58.960 --> 29:02.600
누나가 맞는 말 했네
안 그러면 모임이 너무 길어지잖아

29:03.240 --> 29:06.360
양말 안 벗어도 정말 괜찮겠어요?

29:06.880 --> 29:08.680
당신 슬리퍼 드리자

29:08.760 --> 29:09.920
내 슬리퍼?

29:10.000 --> 29:11.280
안 되지, 절대 안 돼

29:11.360 --> 29:12.840
안 그래도 돼, 카롤

29:12.920 --> 29:15.800
어차피 오래 안 걸리잖아, 맞지?

29:15.880 --> 29:18.000
바로 그거야, 형, 그런 정신 좋아

29:18.080 --> 29:20.360
훌리안, 내 생각에는

29:20.440 --> 29:24.840
아빠를 요양원에 안 보내도
될 것 같은데 너도 동의하면...

29:24.920 --> 29:27.400
고마워
2 대 1로 나탈리아한테 이겨

29:27.480 --> 29:31.520
집에서 도와줄 사람을
구하면 되지, 다 끝난 사건이야

29:32.120 --> 29:33.840
너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?

29:33.920 --> 29:36.320
세 명이 한자리에 있을 때만
발언하라는

29:36.400 --> 29:38.160
변호사의 조언이 있었습니다

29:38.680 --> 29:40.240
- 저기, 카롤
- 네

29:40.760 --> 29:45.320
토요일에 못 와서 미안해
마르베야에 갈 일이 있었거든

29:46.040 --> 29:48.680
걱정 마세요
나탈리아에게 얘기 들었어요

29:48.760 --> 29:52.040
형, 부자라서 너무 피곤하지?

29:52.560 --> 29:56.600
넌 상상도 못 해, 훌리안
얼마나 진이 빠지는지 몰라

29:56.680 --> 29:58.600
아무렴, 진이 빠지겠지

29:58.680 --> 30:02.240
그리고 산탄데르에서 여기까지 온
장인어른 친구분들과

30:02.320 --> 30:06.320
요트 여행 모시고 가겠다고
장인어른께 약속했거든

30:06.840 --> 30:11.720
중요한 분들이야
돈 많은 사람들, 훌리안

30:11.800 --> 30:14.840
돈 많고 중요한 사람들
그런 거라면 우리도 잘 알지

30:14.920 --> 30:18.120
괜찮아요
아무 문제 없었어요, 그렇지?

30:18.200 --> 30:20.440
간단한 간식 정도만 준비했거든요

30:20.520 --> 30:24.320
응, 안초비는 깡통에서
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거 좋아해

30:24.920 --> 30:27.520
안초비 좋지
칸타브리아해에서 온 거야?

30:27.600 --> 30:29.400
아니, 마트에서 왔어

30:30.120 --> 30:32.920
슬리퍼 가져올게요
이러고 있으면 안 되죠

30:39.200 --> 30:41.280
그건 그렇고 잘 지냈어?
요즘 어때?

30:41.360 --> 30:43.800
좋아, 아주 좋지

30:44.560 --> 30:45.520
형은?

30:46.320 --> 30:49.520
새로운 소식 있어?
내가 모르는 일?

30:49.600 --> 30:51.320
아니, 왜?

30:51.840 --> 30:54.480
그냥, 안부나 묻는 거지

30:54.560 --> 30:57.280
왓츠앱 친구 등록한 게 지난주잖아

30:57.360 --> 31:00.800
전할 만큼 큰일이 생기기에
일주일은 짧은 시간이지

31:01.520 --> 31:05.520
그동안 큰일이 없었다니
마음이 푹 놓이네

31:06.040 --> 31:08.720
- 요즘 일이 많기는 해
- 저런

31:08.800 --> 31:13.200
뭐랄까, 나는 이제...
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어

31:13.720 --> 31:17.520
조심해, 그러다 CEO 자리에 오르면
재미는 끝이야

31:17.600 --> 31:19.720
네 말이 백번 맞아

31:20.240 --> 31:21.200
그렇지

31:22.720 --> 31:24.520
우린 참 달라, 안 그래?

31:25.320 --> 31:26.280
너랑 나

31:27.880 --> 31:29.720
- 그렇게 생각해?
- 응

31:30.440 --> 31:34.120
난 점점 더 많은 걸 원하는데
넌 부족해도 적당히 안주하잖아

31:37.800 --> 31:40.880
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
이렇게 쳐다보는 거야

31:40.960 --> 31:43.760
내 말에 기분 상한 건
아니지, 훌리안?

31:44.840 --> 31:46.080
아직 모르겠어

31:50.280 --> 31:52.760
넌 역시 유머 감각이 좋아

31:52.840 --> 31:54.440
난 그게 부럽더라

31:54.520 --> 31:58.880
상황이 어떻든
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

32:01.560 --> 32:04.280
생존 본능이라는 거야, 형

32:04.360 --> 32:05.360
잠깐 실례

32:06.920 --> 32:07.920
슬리퍼 여기요

32:11.160 --> 32:14.200
잠깐 약국에 다녀올게요
금방 올 거예요

32:14.800 --> 32:16.400
나 없을 때 싸우지 마요

32:16.480 --> 32:18.040
그럴 리가 있나

32:28.080 --> 32:30.440
며칠 동안 이런 생각을 했어

32:30.520 --> 32:34.240
'훌리안을 만나면
이 얘기를 꼭 해야지'

32:35.720 --> 32:38.280
- 근데 지금은...
- 그래?

32:38.800 --> 32:39.680
뭔데?

32:40.200 --> 32:41.360
그게 뭘까?

32:42.280 --> 32:43.720
몰라, 나중에 생각나겠지

32:45.480 --> 32:48.680
요즘 계속 전화했는데
연락이 안 되더라

32:48.760 --> 32:49.640
언제?

32:50.240 --> 32:52.000
- 일요일에
- 일요일?

32:52.080 --> 32:53.080
일요일 오후

32:53.160 --> 32:54.840
오후에? 이상하네

32:54.920 --> 32:56.600
그래? 왜?

32:56.680 --> 32:58.280
항상 집에 있거든

32:58.880 --> 33:01.280
일요일 오후에 항상 집에 있어?

33:01.360 --> 33:02.520
난 맨날 집에 있어

33:02.600 --> 33:06.000
주말에 외출하더라도
점심 먹고 바로 돌아오지

33:06.080 --> 33:07.440
- 습관이야
- 그래?

33:07.520 --> 33:10.960
누군지 모를 때는
전화 안 받아, 훌리안

33:11.480 --> 33:13.000
- 그래?
- 응

33:13.520 --> 33:14.920
집중력이

33:16.040 --> 33:17.400
흐트러질까 봐

33:18.440 --> 33:20.720
그래야지, 뭘 하는지 몰라도

33:21.800 --> 33:24.040
집중해야 해야 하니까

33:24.120 --> 33:26.280
그러니까

33:26.360 --> 33:29.440
그런 순간이 참 좋아

33:29.960 --> 33:31.160
혼자서

33:31.240 --> 33:34.200
생각하고, 고민하고

33:34.280 --> 33:37.520
표현하고는 싶은데

33:37.600 --> 33:40.800
어떡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을

33:41.320 --> 33:42.680
다듬는 시간

33:43.960 --> 33:47.000
훌리안, 완벽한 설명이다

33:47.080 --> 33:48.080
응, 나도 알아

33:48.720 --> 33:52.160
빨래 널어야겠다
이제 비가 그친 것 같아

33:52.680 --> 33:54.560
금방 올게, 편하게 있어

33:54.640 --> 33:57.040
누나가 초인종 누르면 열어주고

33:58.880 --> 33:59.800
나도 같이 갈까?

34:02.840 --> 34:04.240
꼭 그래야겠다면...

34:04.320 --> 34:05.720
같이 가자

34:10.200 --> 34:11.480
왜 전화했는데?

34:12.000 --> 34:13.200
조언 구할 게 있어서

34:13.280 --> 34:16.240
근데 형이 안 받으니
누나한테 했지

34:18.400 --> 34:19.720
아쉽다

34:21.320 --> 34:24.280
이때다 싶었는지
아빠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들더라

34:24.360 --> 34:28.120
걔는 그게 병이야, 훌리안

34:28.200 --> 34:32.520
- 삶을 비극적으로 봐
- 말 한번 잘하네

34:32.600 --> 34:34.960
이렇게 급하게 만나자는 것도 그래

34:35.040 --> 34:37.240
아빠가 잠깐 정신 팔려서
버스 잘못 타고

34:37.320 --> 34:39.400
토롤로도네까지 가서
데려온 적은 있지

34:39.480 --> 34:40.840
그게 뭐?

34:41.480 --> 34:44.600
며칠 전에는 세 번이나 전화하더라
세 번이나!

34:44.680 --> 34:45.720
무슨 일로?

34:45.800 --> 34:49.080
아빠 집 전구가
깜빡깜빡 윙크를 한다나

34:49.160 --> 34:50.360
그래, 그거

34:51.120 --> 34:54.240
네가 바꿀 거니까 진정하라고 했어

34:54.760 --> 34:56.520
응, 누나한테 들었어

34:56.600 --> 35:00.760
걔 성질내기 전에 빨리 바꿔
나까지 미쳐버리겠어, 훌리안

35:01.360 --> 35:05.400
근데 문제가 있어, 형
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...

35:05.920 --> 35:08.480
그래? 새 작품 들어가기로 했어?

35:08.560 --> 35:11.320
진행 중이야, 캐스팅 다녀왔어

35:11.400 --> 35:12.280
TV 드라마야?

35:12.360 --> 35:14.000
아니, 광고

35:14.080 --> 35:16.280
광고, 그거 좋지
무슨 광고야?

35:16.360 --> 35:17.600
가스파초

35:20.240 --> 35:23.320
토마토 역할에
경력직을 구하더라고

35:24.720 --> 35:26.880
- 토마토?
- 응

35:29.400 --> 35:30.920
훌리안

35:31.680 --> 35:34.560
네가 하는 일 참... 난 걱정이다

35:34.640 --> 35:35.920
- 그래?
- 응

35:43.200 --> 35:45.600
나탈리아가 이렇게 늦는다니
이상하지 않아?

35:46.120 --> 35:47.480
응, 그러네

35:52.920 --> 35:55.080
여기 꽤 괜찮다, 훌리안

35:55.160 --> 35:57.080
- 그래?
- 응

35:57.160 --> 35:59.840
우리 집이랑은 달라, 우리 집은...

36:00.360 --> 36:01.520
그렇지

36:02.320 --> 36:04.720
- 너도 좋아 보인다
- 요즘 좋아

36:05.800 --> 36:08.240
자세한 얘기만 안 하면 돼

36:08.320 --> 36:09.840
그럼 요즘 시간 있겠네

36:10.920 --> 36:11.760
시간?

36:11.840 --> 36:15.320
응, 아빠 집에 가서 전구 바꿔야지
깜빡깜빡...

36:15.400 --> 36:17.200
응, 깜빡깜빡 윙크하는 거

36:17.280 --> 36:20.080
- 문제가 뭔지 알아, 형?
- 말해

36:20.160 --> 36:24.000
토마토 연기도 해야 하고
고양이 산책도 시키느라

36:24.080 --> 36:25.520
시간이 별로 없어

36:25.600 --> 36:28.320
형이 가면 안 돼? 일요일쯤?

36:28.400 --> 36:30.040
일요일은 곤란해

36:30.120 --> 36:31.120
안 돼

36:31.800 --> 36:33.400
- 있잖아
- 왜?

36:33.920 --> 36:35.600
전구는 나탈리아가 갈아야겠어

36:36.200 --> 36:37.680
- 누나가?
- 왜 못 해?

36:38.200 --> 36:39.240
맞는 말이네

36:39.320 --> 36:41.800
왜 우리가 바꿔야 해?
우리가 남자라서?

36:41.880 --> 36:44.200
- 신여성 다 어디 갔어?
- 페미니스트는?

36:44.280 --> 36:46.200
여자들도 전구쯤은 바꿀 수 있지

36:46.280 --> 36:49.640
- 그러니까 말이야
- 깜빡깜빡 윙크하는 전구

36:49.720 --> 36:51.120
- 나탈리아는 똑똑하잖아
- 그렇지?

36:51.640 --> 36:54.760
석사 학위도 많잖아, 형
석사면 말 다 했지

36:54.840 --> 36:58.000
그러면서 순진한 표정으로
우리를 속이고

36:58.080 --> 36:59.400
빠져나간단 말이야

36:59.480 --> 37:03.040
그리고 진짜 속내는
절대 말하지 않아, 절대로

37:03.640 --> 37:05.400
객관적으로 말해달라고 해도?

37:06.760 --> 37:08.920
그럼 그럴 수도 있지

37:09.000 --> 37:12.200
힘들 거야, 누나에게는
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하겠지

37:12.280 --> 37:13.280
진정해

37:14.080 --> 37:15.760
나 괜찮아, 안 괜찮아 보여?

37:16.520 --> 37:18.160
그냥 하는 말이야

37:25.600 --> 37:27.840
손 씻어야겠다, 화장실이 어디야?

37:27.920 --> 37:31.040
늘 있던 곳에 있지
복도 끝 오른쪽

37:34.280 --> 37:35.560
훌리안!

37:35.640 --> 37:37.800
하려던 말이 생각났어

37:38.320 --> 37:40.440
중요한 건 아니고, 별거 아냐

37:41.400 --> 37:42.800
나 소설 썼어

37:50.520 --> 37:52.280
소설?

37:52.360 --> 37:53.320
형이?

37:53.400 --> 37:56.040
응, 내가, 네 형이 말이야

37:56.120 --> 37:57.920
형이 내 형인 건 알지

37:58.000 --> 38:00.520
할 말을 잃었나 보네

38:00.600 --> 38:04.200
그야 대단한 일이잖아
생각도 못 했어

38:04.960 --> 38:07.680
훌리안, 난 도전을 좋아해

38:07.760 --> 38:10.640
알지, 형은 일생이 모험이잖아

38:13.120 --> 38:14.040
훌리안

38:21.720 --> 38:22.840
설마

38:23.360 --> 38:25.000
형이 부탁 하나 하자

38:25.080 --> 38:26.320
정말?

38:26.400 --> 38:27.560
너도 이거...

38:27.640 --> 38:29.800
나 주려고? 이런 영광이 있나

38:31.200 --> 38:32.720
읽어주면 좋겠어

38:37.520 --> 38:39.920
이러면 가슴이 벅차오르는데

38:40.000 --> 38:42.240
이리 줘, 문구 적어서 사인해 줄게

38:42.880 --> 38:43.880
그렇게까지?

38:43.960 --> 38:47.200
원래 그렇게 하는 거잖아
나한텐 힘든 일도 아냐

38:47.720 --> 38:49.040
그렇다면...

38:56.720 --> 38:59.760
- 할 말 생각 안 나면...
- 아냐

39:03.680 --> 39:06.720
- 다음에 해도 돼
- 아냐, 떠오르고 있어

39:26.560 --> 39:28.280
'내 동생에게'

39:29.920 --> 39:31.440
'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지만'

39:34.200 --> 39:35.680
'알고 보면 동생 맞음'

39:39.640 --> 39:43.040
정말이지...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

39:43.120 --> 39:44.880
말문이 막혔어

39:45.600 --> 39:46.840
말이 안 나와

39:51.280 --> 39:53.440
- 훌리안
- 응?

39:55.240 --> 39:58.200
-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
- 아무 말 하지 마

39:59.680 --> 40:01.440
- 안 해도 돼
- 해야 돼

40:01.520 --> 40:02.920
아냐, 그럴 필요 없어

40:03.920 --> 40:09.200
읽고 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
말해달라는 거잖아

40:10.480 --> 40:14.600
객관적이면서
무엇보다 솔직해야 하고, 맞지?

40:15.120 --> 40:17.040
맙소사, 훌리안

40:17.120 --> 40:18.320
바로 그거야

40:18.400 --> 40:19.960
그럴 줄 알았지

40:20.040 --> 40:21.880
다 알고 있었어

40:21.960 --> 40:23.600
그리고 형한테는

40:23.680 --> 40:26.000
솔직하지 않고 싶어도
그럴 수가 없어

40:26.520 --> 40:30.640
너한테 책을 줘야 할지
확신이 없었어, 잘 모르겠더라

40:33.840 --> 40:34.840
그래? 왜?

40:35.920 --> 40:39.120
꼭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

40:39.200 --> 40:41.160
즐기지 못할 수도 있잖아

40:41.240 --> 40:43.800
무슨 소리야, 정말 기대돼

40:43.880 --> 40:46.480
근데 넌 책을 읽은 적이 없으니
더 어려울 거야

40:47.960 --> 40:50.280
다른 사람들보다
나한테 더 어렵다고?

40:50.360 --> 40:53.720
훨씬 더 어렵지
넌 독서 습관이 없잖아, 훌리안

40:54.360 --> 40:59.360
그래, 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내게
더 어렵겠다고 생각하는구나

40:59.440 --> 41:02.400
예를 들자면 누나보다

41:03.040 --> 41:04.080
훨씬 더

41:04.160 --> 41:05.600
그렇단 말이지?

41:05.680 --> 41:08.720
당연하지, 나탈리아는
학위가 두 개나 있잖아

41:08.800 --> 41:10.880
4개 국어로 말하고 쓸 줄도 알고

41:10.960 --> 41:13.960
추상적 사고에 익숙하니까

41:14.480 --> 41:15.640
너는...

41:17.720 --> 41:19.200
나는 토마토라서

41:19.720 --> 41:22.120
직업이 다른 거지, 훌리안

41:22.200 --> 41:23.640
지당하신 말씀

41:24.280 --> 41:26.920
이건... 복잡한 소설이야

41:27.000 --> 41:30.600
응, 서사 구조가 다양하겠지

41:31.120 --> 41:33.280
- 어떻게 알아?
- 그냥 상상했어

41:33.360 --> 41:35.920
서사 구조가 어찌나 다양한지...

41:36.000 --> 41:37.840
아무것도 이해 못 하겠지

41:38.360 --> 41:39.600
뭐?

41:39.680 --> 41:42.480
걱정 마, 난 복잡한 주제 좋아해

41:42.560 --> 41:45.800
처음 읽는 책도 아냐
소설 나부랭이 몇 개 읽어봤어

41:45.880 --> 41:47.120
'소설 나부랭이'?

41:47.200 --> 41:49.040
소설

41:49.560 --> 41:50.400
잠깐만

41:56.160 --> 41:57.120
카롤?

41:58.880 --> 41:59.800
응

42:01.400 --> 42:02.400
응?

42:04.800 --> 42:05.640
응

42:09.760 --> 42:10.760
뭐 하는 거야?

42:11.960 --> 42:13.000
아무것도 아냐

42:13.080 --> 42:16.040
요즘 우리 집에서
자주 하는 게임이야

42:16.120 --> 42:19.640
안초비를 꺼내서 산책시키고
다시 캔에 넣기

42:20.240 --> 42:21.560
카롤이 뭐랬는데?

42:22.080 --> 42:24.280
누나가 방금 전화했대

42:24.360 --> 42:28.360
정말 미안하지만
편두통에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서

42:28.440 --> 42:30.680
오늘 못 온다고

42:30.760 --> 42:31.840
그래?

42:32.520 --> 42:34.280
이런, 계획에 차질이 생겼네

42:35.840 --> 42:37.000
이게 요즘 유행이야

42:37.080 --> 42:40.840
저녁 초대를 했는데 아무도 안 와
형은 몰랐어?

42:41.360 --> 42:45.480
그럼 어쩌지?
저녁을 먹고 가야 하나?

42:47.560 --> 42:50.280
-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
- 그렇지

42:50.800 --> 42:53.080
이건 셋이 다 모였을 때 따야겠다

42:53.160 --> 42:56.600
동감이야, 둘이 싸우다가
와인 맛 망치면 안 되지

42:57.880 --> 42:59.560
형이 누나한테 전화할래?

43:00.080 --> 43:02.480
그래, 내가 할게

43:05.880 --> 43:08.560
근데 나탈리아한테 왜 전화해?

43:10.240 --> 43:12.520
전구 바꾸라고

43:12.600 --> 43:14.480
그렇지, 맞다

43:15.000 --> 43:17.880
- 직접 해야지
- 혁명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

43:17.960 --> 43:19.880
혁명엔 대가가 따르고말고!

43:21.680 --> 43:23.120
- 나중에 얘기하자
- 응

43:23.200 --> 43:25.440
- 카롤한테도 인사 전해줘
- 그래

43:26.560 --> 43:27.400
훌리안

43:28.280 --> 43:29.480
저 꽃병 말이야

43:31.120 --> 43:32.720
못 봐주겠더라

43:33.240 --> 43:35.240
내가 준 거 써

44:10.440 --> 44:14.160
지금 시각은 오후 6시 45분
오늘은 또다시 금요일입니다

44:14.680 --> 44:18.960
전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이고
훌리안도 곧 올 거예요

44:19.480 --> 44:23.280
오늘 광고 촬영 날이거든요
새벽에 일어나서 힘들 거예요

44:23.800 --> 44:25.680
빅토르와 나탈리아는 벌써 왔어요

44:26.600 --> 44:29.400
드디어 둘이 동시에 도착했으니
훌리안이 좋아하겠어요

44:30.120 --> 44:33.520
근데 빅토르가
차에 휴대폰을 두고 왔나 봐요

44:34.160 --> 44:37.200
훌리안이 어제 꽃을 버렸어요
시들었거든요

44:37.280 --> 44:39.520
꽃병은 다시 벽장에 넣고요

44:39.600 --> 44:41.280
근데 지금 보니

44:41.360 --> 44:45.080
오늘 나탈리아가
한 다발을 또 사 왔네요

44:48.760 --> 44:53.200
꽃집을 지나다가 눈에 띄길래
생각나서 샀어

44:53.280 --> 44:55.840
너무 예뻐요, 이럴 필요 없는데

44:55.920 --> 44:59.360
필요 없긴, 지난번에 못 왔으니
이 정도는 해야지

44:59.440 --> 45:01.160
그리고 꽃 좋아하잖아

45:01.240 --> 45:03.640
우리 둘 다 좋아해요
훌리안이 더 좋아하죠

45:05.160 --> 45:08.280
전화를 안 받으셔
어젯밤부터 연락이 안 돼

45:08.360 --> 45:09.840
- 누가요?
- 우리 아빠

45:09.920 --> 45:13.400
보청기를 못 쓰셔서
소리가 안 들리니 안 받으시네

45:13.920 --> 45:17.080
아버님이랑 애들도 다 같이
언제 점심 한번 먹어요

45:17.640 --> 45:19.880
다들 오면 너무 좋죠

45:19.960 --> 45:23.160
너무 좋아하면 끝이 안 좋을걸

45:23.240 --> 45:25.120
- 훌리안
- 아직 안 온 줄 알았어

45:25.200 --> 45:27.080
촬영이 일찍 끝났어

45:27.160 --> 45:29.280
누나, 편두통은 어때?

45:29.360 --> 45:30.640
많이 좋아졌어

45:31.200 --> 45:33.480
저번에 못 와서 미안했어

45:33.560 --> 45:34.880
우리가 더 미안했지

45:35.400 --> 45:37.840
어쩔 수 없이
누나 욕을 해야 하니까

45:40.080 --> 45:44.000
- 누나가 가져온 선물 예쁘지?
- 좋아할 줄 알았어

45:44.080 --> 45:45.320
우리 둘 다 좋아해

45:46.880 --> 45:47.960
형은?

45:48.040 --> 45:50.480
휴대폰을 깜빡해서 다시 차에 갔어

45:50.560 --> 45:53.400
하여간 예술가들은
정신이 늘 딴 데 팔려 있어

45:53.480 --> 45:57.000
진짜 말도 안 되게
현관에서 딱 마주쳤지 뭐야

45:57.080 --> 45:59.360
- 그런 우연이!
- 그러게 말이야

45:59.440 --> 46:01.520
우연 뒤엔 크나큰 노력이 있지

46:01.600 --> 46:03.040
촬영은 어땠어?

46:03.120 --> 46:04.760
촬영 있었어?

46:06.440 --> 46:07.720
TV 드라마야?

46:08.560 --> 46:10.920
- 난 가서 샤워할게
- 광고요

46:11.000 --> 46:13.160
그렇구나, 무슨 광고?

46:13.240 --> 46:16.160
- 왜 누나한테 말 안 했어?
- 뭐 하러 말해?

46:16.680 --> 46:18.120
- 가스파초요
- 응

46:18.200 --> 46:19.880
토마토 역할이에요

46:21.240 --> 46:24.680
그렇구나, 그거 재밌겠네

46:25.880 --> 46:28.880
토마토 연기가 쉽지 않을 텐데

46:31.120 --> 46:32.440
그래서?

46:32.960 --> 46:36.280
며칠 전에 오빠가
드디어 너한테 책 줬다며?

46:36.360 --> 46:38.240
이제 만족해?

46:38.760 --> 46:40.040
잘 모르겠어

46:41.120 --> 46:43.200
읽고 싶어서 안달이었잖아

46:44.000 --> 46:45.480
두 번이나 읽었어요

46:45.560 --> 46:46.560
정말이야?

46:47.080 --> 46:48.280
빠르네

46:49.280 --> 46:52.840
오후 내내 소파에 붙어 있었어요
숨도 안 쉬는 줄 알았다니까요

46:53.480 --> 46:57.000
빅토르의 소설 나부랭이
말하는 거 맞지?

46:57.640 --> 47:00.120
나부랭이라고 할 순 없겠던걸

47:00.200 --> 47:01.800
설마 재밌었어?

47:01.880 --> 47:02.960
엄청 좋아했어요

47:05.760 --> 47:09.760
- 너 또 장난치는구나?
- 그게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어

47:10.280 --> 47:12.480
- 나 진짜 힘들어, 누나
- 말도 안 돼

47:12.560 --> 47:14.520
어떻게 그게 재밌지?

47:14.600 --> 47:15.720
나도 몰라

47:16.240 --> 47:17.480
그래서 걱정이야

47:19.680 --> 47:21.680
분명 이유가 있겠지, 훌리안

47:23.120 --> 47:24.200
그러면 좋겠어

47:25.000 --> 47:26.800
이해 못 해서 그럴지도 몰라

47:26.880 --> 47:28.800
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

47:29.480 --> 47:33.240
그래서 다시 읽었어
그랬더니 처음보다 더 좋아

47:33.800 --> 47:35.080
비유가 훌륭하더라

47:35.160 --> 47:37.440
- 너무 좋대요
- 무슨 비유?

47:37.520 --> 47:39.680
- 다 읽기 아깝더라니까, 그랬지?
- 응

47:41.520 --> 47:42.360
전화 받을게요

47:43.080 --> 47:45.680
너한테도 솔직하게 말해달래?

47:46.480 --> 47:48.560
솔직하고 객관적으로

47:53.400 --> 47:55.280
- 미안
- 왜 웃어?

47:55.360 --> 47:58.560
아니, 그냥, 네가 오빠한테

47:58.640 --> 48:01.880
오빠 소설 나부랭이가
좋았다고 말하는 거 듣고 싶어서

48:01.960 --> 48:03.280
말 안 할 거야

48:03.360 --> 48:05.680
나도 솔직하게 말했으니
너도 해야지, 훌리안

48:05.760 --> 48:10.080
형은 내가 여름쯤에야
다 읽을 줄 알아

48:10.600 --> 48:14.360
다른 사람들보다
훨씬 오래 걸릴 거라나

48:14.440 --> 48:17.120
난 샴푸 냄새 맡아야 하니
이만 나가줘

48:17.200 --> 48:18.640
그럼 기분 좋아질 거야

48:21.960 --> 48:22.960
- 빅토르
- 카롤

48:23.040 --> 48:25.440
- 잘 지냈어요? 어서 와요
- 또 보네

48:26.120 --> 48:26.960
들어오세요

48:31.120 --> 48:33.680
요 며칠 동안 이 집에 자주 오네

48:33.760 --> 48:37.440
그전에 온 거 합친 것보다
더 많이 왔어

48:38.280 --> 48:40.400
두 사람 여기 오래 살았나?

48:41.000 --> 48:43.400
응, 만나기 시작한 후로 쭉

48:43.480 --> 48:44.320
- 그래?
- 응

48:44.400 --> 48:45.240
그랬나?

48:45.920 --> 48:48.720
카롤, 훌리안은 아직 안 왔어?

48:48.800 --> 48:50.200
왔어요, 샤워 중이에요

48:50.720 --> 48:53.240
오늘 촬영이 있었어요, 그 광고요

48:53.320 --> 48:57.360
맞다, 그 광고
맡은 역할이 뭐랬더라...

48:57.440 --> 48:58.720
- 뭐였지?
- 토마토

48:58.800 --> 49:01.800
카롤, 이제 포기할 때가
된 것 같지 않아?

49:01.880 --> 49:05.120
꿈을 이루지 못하면
다른 일을 알아봐야지

49:05.200 --> 49:07.480
우리 로펌에
자리 하나 내줄 수도 있어

49:07.560 --> 49:09.760
운전기사, 늘 기사가 부족하거든

49:09.840 --> 49:11.640
얘기 전해줘

49:12.320 --> 49:15.320
물론이죠, 그럴게요
근데 오늘은 말고요

49:15.400 --> 49:17.400
그래, 다른 날이 낫지

49:18.200 --> 49:20.760
좋아, 드디어 다 모였구나

49:20.840 --> 49:23.040
이제 행복하니, 내 동생?

49:23.120 --> 49:24.280
무슨 뜻이야?

49:24.360 --> 49:26.240
아무것도 아냐, 아무 뜻 없어

49:26.320 --> 49:28.240
'행복'을 강조했잖아

49:28.320 --> 49:29.880
나 바보 아냐, 오빠

49:29.960 --> 49:32.760
화났어? 넌 원래 화 안 내잖아

49:32.840 --> 49:35.160
이제부턴 내기로 했어, 적응해

49:35.240 --> 49:38.560
-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지
- 다 모이기 전엔 싸우지 마요

49:38.640 --> 49:41.240
아냐, 싸우는 거 아냐
아직은 아니지

49:41.320 --> 49:43.320
그냥 안부 주고받았어, 맞지?

49:43.400 --> 49:46.840
길게 '해애앵복' 하면서
강조했잖아

49:46.920 --> 49:49.240
- 일부러 그런 거 아냐
- 맞잖아

49:49.320 --> 49:53.000
그 말투 거슬려
속뜻이 있는 것 같아

49:53.080 --> 49:56.120
카롤, 내 말에
다른 뜻이 있었던 것 같아?

49:56.200 --> 49:58.880
훌리안이 오늘은
아무 의견 내지 말라고 했어요

49:58.960 --> 50:00.600
배우자들은 빠져야 하니까요

50:03.200 --> 50:05.560
내가 부탁해서
억지로 온 것처럼 말하지 마

50:05.640 --> 50:08.520
아빠가 어떻게 지내는지
신경도 안 써?

50:08.600 --> 50:10.880
그런 뜻 아니니 진정해

50:11.400 --> 50:12.800
나 괜찮아

50:13.320 --> 50:16.040
안 괜찮아 보여?
나 엄청 괜찮은데

50:16.560 --> 50:19.520
근데 두 사람이 날 대하는 태도는
이제 지긋지긋해

50:20.040 --> 50:22.520
항상 윗사람처럼 날 하대하잖아

50:22.600 --> 50:26.720
일 생기면 걱정하는 사람은
나밖에 없는데

50:26.800 --> 50:29.280
그럼 그렇게 걱정하지 마
나탈리아

50:29.360 --> 50:30.680
무슨 뜻이야?

50:30.760 --> 50:34.920
매사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면
재미가 없잖아

50:35.000 --> 50:38.480
아주 흥미로운 이론이네
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?

50:38.560 --> 50:41.640
내가 추천한
초보 작가를 위한 지침서?

50:41.720 --> 50:42.600
저기요

50:43.520 --> 50:46.160
훌리안이 온 다음에
싸워야 하지 않을까요?

50:46.240 --> 50:47.480
- 그래
- 맞아

50:47.560 --> 50:49.400
맞아, 카롤, 미안해

50:50.480 --> 50:52.800
카롤, 선물 하나 가져왔어

50:52.880 --> 50:55.080
안초비야, 고급 안초비

50:55.160 --> 50:57.640
좋죠, 정말 고마워요
그냥 와도 되는데

50:57.720 --> 51:01.080
나 물 좀 줄래?
편두통 때문에 약 먹으려고

51:01.160 --> 51:03.200
- 그럼요, 갖고 올게요
- 고마워

51:03.280 --> 51:06.160
우리 엄마가 편두통은
안 닫히는 서랍이랬어요

51:06.680 --> 51:08.640
'안 닫히는 서랍'?

51:09.160 --> 51:10.480
그게 무슨 뜻이야?

51:10.560 --> 51:12.120
비유법이잖아

51:12.640 --> 51:14.840
오빠도 이제 작가니까
그쯤은 알아야지

51:17.440 --> 51:19.280
그 말 하니 생각나네

51:19.800 --> 51:20.760
무슨 말?

51:21.280 --> 51:23.000
내 소설 다 읽었어?

51:24.760 --> 51:25.680
카롤!

51:25.760 --> 51:26.680
네?

51:26.760 --> 51:30.040
- 내가 도와줄까?
- 아뇨, 괜찮아요

51:30.560 --> 51:31.640
정말 괜찮아?

51:32.760 --> 51:34.600
- 나탈리아
- 응?

51:34.680 --> 51:36.720
- 방금 뭐야?
- 뭐가?

51:36.800 --> 51:37.920
방금 말이야

51:38.440 --> 51:40.480
화제 돌리려고 그런 거야?

51:41.680 --> 51:42.520
눈치챘어?

51:43.120 --> 51:45.120
조금, 당연한 거 아냐?

51:45.640 --> 51:48.400
재미없었어도 괜찮아, 편하게 말해

51:48.480 --> 51:50.480
물론 재밌지, 안 그럴 리 없잖아

51:50.560 --> 51:53.440
솔직한 네 진심을 말해주면 돼
그러면...

51:53.520 --> 51:54.400
알지

51:54.480 --> 51:58.000
근데 이 얘기는
나중에 하는 게 낫지 않겠어?

51:58.080 --> 51:59.080
- 그래
- 물 여기요

51:59.160 --> 52:00.160
고마워

52:01.400 --> 52:02.520
내 말은...

52:03.640 --> 52:06.600
오늘은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들을

52:06.680 --> 52:08.120
상의해야 하니까...

52:08.640 --> 52:10.680
- 안 그래, 카롤?
- 그렇죠

52:12.160 --> 52:13.880
그러지 말고 간단히 말해봐

52:13.960 --> 52:16.640
읽고 나서 첫인상이 어땠는지

52:17.240 --> 52:20.320
원래 첫인상이 어려운 법이야

52:20.400 --> 52:21.360
어려워?

52:21.880 --> 52:22.960
응

52:23.040 --> 52:26.920
내 진심을
늘 정확히 담지는 못하니까

52:27.000 --> 52:30.600
몇 단어로만 해봐
그냥 간단하게 기사 제목처럼

52:30.680 --> 52:32.360
무슨 기사 제목?

52:33.480 --> 52:35.600
내 소설이 어땠는지 말이야

52:35.680 --> 52:36.840
벌써 다 읽었대

52:36.920 --> 52:37.920
- 그랬어?
- 응

52:38.000 --> 52:40.800
벌써 다 읽었어, 누나?

52:41.400 --> 52:43.240
나한텐 말 안 했잖아

52:43.840 --> 52:45.520
- 어땠어?
- 난...

52:46.680 --> 52:48.880
이렇게 셋이 함께 있으니
보기 좋네요

52:49.400 --> 52:53.280
-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
- 거짓말이야, 믿지 마

52:55.960 --> 52:57.920
식탁에 앉아서 대화하세요

52:58.000 --> 53:02.960
저는 방에서 드라마 볼게요
셋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요

53:03.040 --> 53:04.440
- 고마워, 여보
- 고마워, 카롤

53:04.520 --> 53:05.600
고마워

53:06.840 --> 53:08.080
나탈리아

53:11.360 --> 53:12.720
대답 기다리잖아

53:22.040 --> 53:24.920
읽는 데 얼마나 걸렸어?
일주일 넘게?

53:25.000 --> 53:27.680
- 왜? 그게 중요해?
- 대단히 중요하지

53:27.760 --> 53:30.240
끊지 않고 빨리 읽을수록
좋은 거니까

53:30.320 --> 53:32.320
- 몰랐어?
- 응

53:32.400 --> 53:35.600
글쎄, 2주 정도

53:35.680 --> 53:36.960
이런

53:37.040 --> 53:38.360
왜?

53:39.080 --> 53:42.600
- 시간 날 때 읽었어, 밤이나...
- 그래서?

53:42.680 --> 53:45.360
솔직히 말하면 정말 놀랐어

53:45.440 --> 53:46.960
정말 놀랐대

53:47.920 --> 53:50.640
- 응, 뜻밖이었어
- 뜻밖이었대

53:50.720 --> 53:53.760
- 좋은 쪽, 나쁜 쪽?
- 상황에 따라 다르지

53:53.840 --> 53:55.240
무슨 상황에 따라?

53:55.760 --> 53:57.120
여러 상황

53:57.200 --> 54:01.400
오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니
사실 상상도 못 했어

54:01.480 --> 54:03.360
쉬운 소설이 아니잖아

54:03.440 --> 54:06.360
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
나탈리아

54:06.440 --> 54:10.760
- 책 평론이 원래 그래, 형
- 재밌게 읽었는지만 알면 돼

54:10.840 --> 54:12.760
누나가 재밌게 읽었는지 궁금하대

54:12.840 --> 54:15.720
오빠,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...

54:16.320 --> 54:19.120
이런 말 하기가
쉽지 않다는 거 알아줘

54:19.720 --> 54:21.880
진실을 말할 때는 늘 그렇지

54:21.960 --> 54:25.120
그러니까 사실은...

54:26.160 --> 54:27.920
마음에 쏙 들었어!

54:34.160 --> 54:35.240
뭐래?

54:35.840 --> 54:38.000
마음에 쏙 들었대

54:45.920 --> 54:48.040
마음에 쏙 들었어, 누나?

54:48.120 --> 54:49.960
응, 정말 좋더라

54:50.480 --> 54:51.440
진짜야?

54:51.520 --> 54:54.240
첫 소설치고는 훌륭하지

54:54.320 --> 54:59.680
'첫 소설치고는 훌륭하다'
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말이네

55:00.440 --> 55:03.040
이제 마음이 놓인다

55:03.560 --> 55:08.440
네가 어떻게 생각할지
솔직히 너무 신경 쓰였어, 동생아

55:08.960 --> 55:12.440
정말 좋았어, 마음에 쏙 들었어?
구체적으로 말해야지

55:14.160 --> 55:16.680
이제 자리에 앉아서
할 얘기를 해볼까?

55:23.040 --> 55:26.000
그럼 지루하진 않았단 거네?

55:26.080 --> 55:27.760
전혀 아니었어

55:27.840 --> 55:30.720
오히려 그 반대지, 축하해

55:30.800 --> 55:33.440
- 축하한다고?
- 나한테 축하한대

55:33.960 --> 55:35.760
정말 고맙다, 나탈리아

55:36.280 --> 55:39.520
- 얘 의견이 정말 중요하거든
- 그럼, 누나 의견 중요하지

55:39.600 --> 55:42.120
응, 타깃 독자층이라서

55:43.280 --> 55:45.160
- 잠깐만
- 응

55:47.600 --> 55:48.480
마리사야

55:49.360 --> 55:50.760
여보, 응

55:50.840 --> 55:53.120
이야...

55:53.920 --> 55:58.640
그 소설 나부랭이가
마음에 쏙 들었다 이거야?

55:58.720 --> 55:59.920
아냐, 걱정 마

56:00.000 --> 56:02.760
아빠 일 의논하고
합의점을 찾으려고 온 거야

56:02.840 --> 56:06.400
알겠다, 그럼 이게 다 작전이구나

56:06.480 --> 56:07.520
당연하지

56:08.040 --> 56:10.960
오빠 소설이 쓰레기라고 해서
얻는 게 뭐 있어?

56:11.040 --> 56:14.240
대화 시작하기도 전에
기분 상하고 화만 날 거 아냐

56:14.320 --> 56:16.520
- 소설이 별로였어요?
- 완전

56:16.600 --> 56:17.440
아니, 그리고...

56:17.520 --> 56:20.640
이제 너도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

56:21.160 --> 56:24.640
기분 좋아서 다음 주면
아빠를 자기 집으로 모실 거야

56:25.480 --> 56:29.760
와인 저장고랑 수영장 있는 집에서
도우미들한테 고추 보여주시겠지

56:29.840 --> 56:33.960
책에 사인해 주고 싶어서
나한테 그 소설 나부랭이 준 거야

56:34.480 --> 56:38.440
- 내 의견 따위 관심 없어
- 네 생각보다 널 좋게 본다니까

56:38.520 --> 56:39.440
누나

56:39.960 --> 56:42.640
내가 토마토긴 해도 바보는 아냐

56:46.920 --> 56:50.480
- 뭐 찾아, 자기야?
- 태블릿, 어디 뒀는지 모르겠네

56:51.520 --> 56:54.280
고양이가 거실에서
화분의 식물을 먹고 있어

56:55.160 --> 56:56.000
내가 갈게

56:57.840 --> 56:59.640
말 끊어서 미안

57:00.160 --> 57:01.680
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?

57:01.760 --> 57:03.760
- 오빠 소설
- 그렇구나

57:04.720 --> 57:07.800
훌리안이 그러는데
자기도 벌써 읽었대

57:07.880 --> 57:10.320
- 벌써? 그렇게 빨리?
- 그래서? 재밌었어?

57:10.400 --> 57:12.600
네 생각을 말하면 돼

57:12.680 --> 57:15.200
얘는 거짓말하고 싶어도
못 하는 애야

57:15.280 --> 57:16.200
할 수가 없지

57:16.720 --> 57:20.680
근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, 응?

57:20.760 --> 57:23.040
훌리안, 네 의견도 듣고 싶어

57:23.120 --> 57:25.200
- 봤지? 나도 그렇게 말했어
- 정말?

57:25.800 --> 57:28.160
누나 의견만큼 내 의견도 중요해?

57:28.240 --> 57:31.680
아니, 그건 다르지, 비교가 안 돼

57:31.760 --> 57:33.880
어떻게 다른데?

57:33.960 --> 57:37.160
훌리안, 지금
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

57:37.240 --> 57:39.920
오빠는 네가
그 책을 재밌게 봤는지

57:40.000 --> 57:44.040
등장인물들에 공감했는지
비유법은 어땠는지 궁금한 거야

57:44.120 --> 57:45.160
무슨 비유?

57:45.240 --> 57:48.320
- 제목은 어때? 마음에 들어?
- 마음에 들어?

57:49.960 --> 57:52.200
'쉰세 번의 일요일'

57:53.800 --> 57:54.760
놀라웠어

57:54.840 --> 57:56.640
좋다는 거야, 싫다는 거야?

57:57.960 --> 57:59.040
생각하기 나름이지

58:00.800 --> 58:02.200
있잖아, 훌리안

58:02.280 --> 58:03.160
응?

58:03.800 --> 58:05.800
지금은 아무 말도
안 하는 게 좋겠어

58:05.880 --> 58:09.480
한 번 더 읽고 그때 말해줘

58:10.920 --> 58:13.960
내가 이해 못 한 것 같아서 그래?

58:14.640 --> 58:17.520
한 번 더 읽어서 나쁠 거 없지

58:17.600 --> 58:20.240
가스파초가 직업인 사람들에겐
특히 더 그렇겠지?

58:21.480 --> 58:23.640
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지

58:23.720 --> 58:26.800
넌 독서에 익숙하지 않으니
쉽지 않잖아

58:28.040 --> 58:30.960
서두르지 말고 다시 읽어봐

58:31.040 --> 58:32.040
또요?

58:32.120 --> 58:33.040
뭐가 또야?

58:33.120 --> 58:34.840
벌써 두 번이나 읽었어요

58:36.360 --> 58:38.120
벌써 두 번이나 읽었어?

58:38.200 --> 58:39.160
바로 이어서요

58:39.680 --> 58:41.280
바로 이어서?

58:42.040 --> 58:44.800
훌리안, 말문이 막힌다

58:44.880 --> 58:47.840
그럴 줄은 몰랐네, 이거 감동인걸

58:48.360 --> 58:51.400
벌써 두 번이나 읽었으면

58:51.920 --> 58:53.440
의견을 말해도 되겠다

58:53.520 --> 58:56.440
그럼, 두 번 읽었으면 가능하지

58:56.960 --> 58:57.800
어땠어?

58:58.440 --> 58:59.480
기사 제목처럼 말해

59:00.400 --> 59:01.960
기사 제목처럼?

59:04.320 --> 59:08.960
일단 이런 말 하기 쉽지 않다는 거
미리 알아줬으면 해

59:10.560 --> 59:12.160
내 생각에는

59:12.880 --> 59:16.920
길고 지루했어, 인물이 너무 많고
서사 구조도 복잡하고

59:17.000 --> 59:19.240
결말은 너무 성급하고 말이 안 돼

59:21.200 --> 59:24.440
솔직하고 객관적으로
말하겠다고 했으니 하는 말이야

59:24.520 --> 59:28.040
아니면 나도 남들처럼
거짓말했겠지

59:28.800 --> 59:31.240
하지만 형이 그렇게 강조했으니...

59:36.640 --> 59:37.760
와인 좋다

59:43.120 --> 59:45.400
제목을 짓자면 그렇단 거지

59:46.040 --> 59:47.040
오빠

59:47.920 --> 59:49.160
괜찮아?

59:49.240 --> 59:53.360
응, 처음으로 들은 악평이라
마음이 좀...

59:53.440 --> 59:55.040
형, 있잖아

59:55.120 --> 59:58.280
솔직히 말해달라고 하는 거
진짜 나쁜 짓이야

59:58.360 --> 59:59.320
잘 알면서

59:59.920 --> 01:00:01.960
그 말을
그렇게 잘 들을 줄은 몰랐지

01:00:02.040 --> 01:00:04.880
내가 이렇게 솔직해서
기분 상한 건 아니겠지?

01:00:05.480 --> 01:00:09.920
- 솔직하다고?
- 취미 때문에 화내진 말자

01:00:10.520 --> 01:00:12.880
이거 취미 아니야, 훌리안

01:00:12.960 --> 01:00:14.960
내가 누나한테 딱 그렇게 말했어

01:00:15.480 --> 01:00:17.200
그 단어 쓰지 말라고

01:00:18.880 --> 01:00:22.120
온갖 비난에 익숙해져야겠지

01:00:22.200 --> 01:00:23.920
객관적이지 않은 것까지

01:00:24.760 --> 01:00:26.680
객관적이지 않다니?

01:00:26.760 --> 01:00:28.560
별 뜻 없이 한 말이야

01:00:28.640 --> 01:00:32.840
이제 제발 자리에 앉아서
아빠 얘기를 시작해 보자

01:00:32.920 --> 01:00:36.440
넌 내 동생이니 객관적일 수 없지
그게 당연한 거야

01:00:36.520 --> 01:00:39.560
그 소설 나부랭이가
마음에 들고 안 드는 거랑

01:00:39.640 --> 01:00:41.440
우리가 형제인 게 무슨 상관이야?

01:00:41.520 --> 01:00:42.680
'소설 나부랭이'?

01:00:42.760 --> 01:00:44.400
말하자면 그렇다고

01:00:46.320 --> 01:00:47.800
비하하는 표현이잖아

01:00:48.320 --> 01:00:52.000
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
그땐 못 들은 척했어

01:00:52.080 --> 01:00:56.400
우선 아빠 집 전구를 어떡할지
의견을 모아보자

01:00:57.360 --> 01:00:59.560
형이 바꾸면 되지

01:01:00.080 --> 01:01:03.360
이제 책도 다 썼으니
시간 널널할 거 아냐

01:01:03.440 --> 01:01:05.040
내 말 듣고 있어?

01:01:05.120 --> 01:01:09.120
객관적일 수가 없지
넌 여전히 날 질투하잖아

01:01:09.720 --> 01:01:11.560
내가 언제 형을 질투했더라?

01:01:11.640 --> 01:01:13.400
평생 나를 시샘했잖아

01:01:13.480 --> 01:01:16.520
동생들이 흔히 보이는
병적인 증상이지

01:01:16.600 --> 01:01:18.720
내가 정확히 뭘 질투하는데?

01:01:18.800 --> 01:01:20.280
나

01:01:20.360 --> 01:01:23.800
나는 잘 풀리는데
너는 별로 안 그랬잖아

01:01:25.040 --> 01:01:26.320
뭐가 잘 풀려?

01:01:26.840 --> 01:01:30.240
장인 운전기사에 아내 집사가
잘 풀린 인생이야?

01:01:35.400 --> 01:01:39.200
방금 그 말은
기분이 좀 상하긴 한다

01:01:40.200 --> 01:01:42.920
이만 가는 게 좋겠어

01:01:43.000 --> 01:01:45.120
- 우린 나중에 보자
- 아니...

01:01:48.480 --> 01:01:49.440
오빠

01:01:50.040 --> 01:01:51.880
오빠, 제발...

01:01:52.400 --> 01:01:56.200
이렇게 부탁할게
두 사람 모두 제발 노력 좀 하자

01:01:56.280 --> 01:01:59.640
오늘 이렇게 셋이 모이는 것도
쉽지 않았잖아

01:01:59.720 --> 01:02:02.720
결정할 문제들이 있단 말이야
제발 부탁이야

01:02:02.800 --> 01:02:04.880
쟤한테 사과부터 받고

01:02:04.960 --> 01:02:06.480
사과? 내가 왜?

01:02:07.080 --> 01:02:10.120
여러 가지가 있지만
그 빈정대는 말부터 사과해

01:02:10.200 --> 01:02:11.760
그대로 옮겨볼게

01:02:11.840 --> 01:02:13.640
'소설 나부랭이도 다 끝났으니'

01:02:13.720 --> 01:02:16.600
'전구는 형이 갈면 되겠다'

01:02:16.680 --> 01:02:19.360
맞아, '나부랭이'에 힘을 좀 줬지

01:02:20.000 --> 01:02:22.600
우리 집안 습관이잖아, 오빠
알면서 그래

01:02:22.680 --> 01:02:24.840
악평으로도 충분했어

01:02:24.920 --> 01:02:27.040
날 비웃을 필요까진 없지

01:02:27.560 --> 01:02:29.560
생존 본능 유머야, 형

01:02:30.080 --> 01:02:31.520
전에는 좋아했잖아

01:02:31.600 --> 01:02:33.040
그랬지

01:02:33.760 --> 01:02:37.080
참,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건 알아둬

01:02:37.160 --> 01:02:41.200
우리 둘은
네가 전구를 갈아야 한다고 생각해

01:02:42.760 --> 01:02:43.960
형이랑 또 누구?

01:02:44.040 --> 01:02:46.240
나랑 나탈리아

01:02:46.760 --> 01:02:48.080
오빠!

01:02:50.960 --> 01:02:52.920
이야, 그렇구나

01:02:53.440 --> 01:02:54.960
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잖아

01:02:55.040 --> 01:02:57.600
우리 요즘 그렇게나 자주 봤는데

01:02:57.680 --> 01:02:59.880
둘이 이미 얘기 다 했어?

01:02:59.960 --> 01:03:01.800
어쩌다 한 번 말이 나왔어

01:03:01.880 --> 01:03:04.280
한 번은 아니지, 여러 번이지

01:03:04.360 --> 01:03:05.560
여러 번?

01:03:05.640 --> 01:03:08.400
아빠 집 전구 교체를

01:03:08.480 --> 01:03:11.600
왜 내가 해야 하는지 물어도 될까?

01:03:11.680 --> 01:03:14.080
우리는 돈 내고 넌 안 내니까

01:03:17.200 --> 01:03:19.680
뭔 말인지 모르겠네

01:03:20.640 --> 01:03:22.280
- 무슨 돈을 내는데?
- 이것저것

01:03:22.360 --> 01:03:25.240
내가 얘기할게, 나탈리아
쟤도 알아들을 거야

01:03:25.320 --> 01:03:26.360
못 알아들을걸

01:03:26.440 --> 01:03:29.200
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
장담은 못 해

01:03:29.280 --> 01:03:33.240
네가 전구를 갈아야 한다고
우리 둘이 동의한 이유는

01:03:33.320 --> 01:03:36.720
우리가 아빠 생활비를
책임지고 있기 때문이야

01:03:37.600 --> 01:03:38.720
무슨 생활비?

01:03:39.560 --> 01:03:41.240
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잖아

01:03:41.320 --> 01:03:45.320
없긴 왜 없어
세부 사항이 얼마나 중요한데

01:03:45.400 --> 01:03:46.600
무슨 생활비?

01:03:46.680 --> 01:03:48.240
일단 의료비

01:03:48.320 --> 01:03:52.000
보청기, 특별 식단
새 틀니에 물리 치료사가 있지

01:03:52.080 --> 01:03:55.880
게다가 청소 도우미, 세탁기 등등
이것저것 많아, 훌리안

01:03:55.960 --> 01:04:00.160
- 일상적인 것들, 알지?
- 지난 몇 년간의 일상이지

01:04:01.520 --> 01:04:02.720
'몇 년'이라고?

01:04:02.800 --> 01:04:04.200
괜히 부풀리는 거야

01:04:08.520 --> 01:04:09.480
누나

01:04:12.840 --> 01:04:14.280
몇 년인데?

01:04:15.440 --> 01:04:17.080
글쎄...

01:04:17.680 --> 01:04:19.040
4, 5년쯤

01:04:19.120 --> 01:04:20.840
4, 5년?

01:04:20.920 --> 01:04:23.840
훌리안, 나탈리아는
너한테 말하지 말자고 했어

01:04:23.920 --> 01:04:27.480
돈 없는 찌질이가 된 기분
안 들게 하려고

01:04:27.560 --> 01:04:28.440
그래서 그랬어

01:04:30.400 --> 01:04:33.000
그래서 나한테
아무 말 안 하는구나

01:04:33.080 --> 01:04:35.640
너 항상 쪼들리는 거 다 아니까

01:04:35.720 --> 01:04:37.760
우리 생각엔...

01:04:37.840 --> 01:04:41.320
잠깐만
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보자

01:04:42.320 --> 01:04:43.960
난 돈 없는 찌질이니까

01:04:44.040 --> 01:04:46.920
아빠 생활비를
같이 부담할 수는 없으니

01:04:47.000 --> 01:04:51.240
내가 보탤 방법으로
두 사람이 생각한 게

01:04:52.080 --> 01:04:54.560
잡일 담당이다 이거야?

01:04:55.600 --> 01:04:56.640
맞아?

01:04:56.720 --> 01:04:58.320
- 응
- 오빠!

01:04:59.000 --> 01:05:02.520
- 네가 그랬잖아, 나탈리아
- 그래도 그런 표현은 심하잖아

01:05:02.600 --> 01:05:04.840
심하긴 심하다, 누나

01:05:07.280 --> 01:05:08.920
여기 있었구나

01:05:10.520 --> 01:05:13.800
- 아직도 서서 그러고 있어?
- 이제 앉을 거야

01:05:13.880 --> 01:05:14.800
훌리안

01:05:14.880 --> 01:05:18.080
저번에 당신이
누나가 전화했다고 하면서

01:05:18.160 --> 01:05:23.080
전구 때문에 엄청 중요한 일이
있다고 했을 때

01:05:23.160 --> 01:05:24.560
내가 뭐라고 했지?

01:05:25.080 --> 01:05:28.440
전구가 중요해 봤자라고 했잖아

01:05:28.520 --> 01:05:29.360
근데 중요하네

01:05:29.440 --> 01:05:31.040
봤지? 사람 일 모르는 거야

01:05:31.120 --> 01:05:32.920
절대 모르지, 자기

01:05:33.480 --> 01:05:35.320
- 훌리안
- 왜?

01:05:35.920 --> 01:05:37.720
얘기할 건 해야 하잖아

01:05:38.320 --> 01:05:41.000
- 그야 당연하지
- 아냐, 어디 보자

01:05:41.080 --> 01:05:45.160
지난번에 우린 나탈리아가
전구를 갈아야 한다고 했잖아

01:05:45.680 --> 01:05:48.160
- 내가?
- 응, 맞아, 누나가 해야지

01:05:48.240 --> 01:05:49.480
왜 나야?

01:05:49.560 --> 01:05:52.240
전에 훌리안이랑
전구 얘기를 하다 보니

01:05:52.320 --> 01:05:53.800
불공평하더라고

01:05:53.880 --> 01:05:56.920
너를 후보로 고려하지도 않았잖아

01:05:57.000 --> 01:05:59.960
우린 현대적인
좌파 페미니스트 가족이야

01:06:00.040 --> 01:06:06.160
우리가 무의식적으로
널 계산에서 제외했단 걸 깨달았지

01:06:06.240 --> 01:06:07.880
- 무슨 계산?
- 깜빡깜빡 윙크

01:06:07.960 --> 01:06:12.520
직접 손을 써야 하는 일에서는
여자들이 스스로 빠지는 것 같아

01:06:12.600 --> 01:06:14.600
'남자들이 알아서 하겠지'
근데 아냐

01:06:14.680 --> 01:06:16.480
난 안 바꿔

01:06:18.680 --> 01:06:19.600
뭐래?

01:06:22.840 --> 01:06:25.560
왜 안 바꾼다는 거야, 누나?

01:06:25.640 --> 01:06:28.240
내 상담 치료사가 언짢아할 거야
그럴 만하지

01:06:30.280 --> 01:06:33.360
네 상담 치료사가
아빠 집 전구를 못 갈게 해?

01:06:33.440 --> 01:06:36.760
상담하면서 그 얘기도 했는데
하지 말라고 했어

01:06:37.320 --> 01:06:39.680
깜빡깜빡 윙크 얘기를
상담 치료사한테 했어?

01:06:39.760 --> 01:06:43.040
이것도 치료의 일환이야
난 안 바꿀 거야

01:06:43.120 --> 01:06:46.480
그럼 치료사가 가서 바꾸면 되겠네

01:06:46.560 --> 01:06:48.040
치료사를 바꾸든가

01:06:48.120 --> 01:06:50.840
참고로 말하는데
이번 치료 끝까지 받을 거야

01:06:51.600 --> 01:06:53.320
태어나서 처음으로

01:06:53.400 --> 01:06:55.720
날 완벽하게 이해하는
사람을 찾았어

01:06:55.800 --> 01:06:57.360
날 도와주고 있고

01:06:57.920 --> 01:06:59.400
뭘 도와주는데?

01:06:59.480 --> 01:07:02.080
지금까지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을
벗어던지고

01:07:02.600 --> 01:07:05.280
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해주지

01:07:07.680 --> 01:07:08.960
나 진지해

01:07:09.480 --> 01:07:13.800
단 한 번이라도
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어?

01:07:14.320 --> 01:07:16.520
누나이고 동생이기 전에
나도 사람이야

01:07:16.600 --> 01:07:19.120
- 화내지 마, 이젠 화도 내
- 그러게

01:07:19.200 --> 01:07:22.600
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
어떻게 해서든

01:07:22.680 --> 01:07:26.040
두 사람 앞에서
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거야

01:07:26.120 --> 01:07:29.520
네 생각 말하는 건
늘 하잖아, 안 그래?

01:07:29.600 --> 01:07:31.800
그렇게 확신할 일은 아니지

01:07:31.880 --> 01:07:34.240
그다음에는
날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한

01:07:34.320 --> 01:07:36.320
남편을 쫓아낼 거야

01:07:36.400 --> 01:07:39.120
그리고 마지막으로
레즈비언이 되는 거지

01:07:43.160 --> 01:07:45.720
우리가 뭘 잘못했길래
거기 낀 거야?

01:07:45.800 --> 01:07:47.200
많지

01:07:47.920 --> 01:07:51.120
엄마 돌아가신 후로
난 이 집의 하녀였어

01:07:51.640 --> 01:07:53.520
이젠 아빠가 혼자 살면
안 될 것 같아서

01:07:53.600 --> 01:07:56.240
두 사람한테 만나자고 했더니

01:07:56.320 --> 01:08:00.840
내가 별일도 아닌데
호들갑 떤다는 식으로 나오잖아

01:08:01.800 --> 01:08:05.520
아빠 속옷이랑 양말 정리
누가 하는 것 같아?

01:08:06.520 --> 01:08:09.600
음식이랑 약 사는 사람은 누구고?

01:08:09.680 --> 01:08:12.280
발톱 깎아주는 사람은?

01:08:12.840 --> 01:08:14.760
아빠 보청기랑 자명종

01:08:14.840 --> 01:08:18.280
무선 전화기 3대
배터리 교체하는 사람은?

01:08:18.360 --> 01:08:22.800
아빠가 이웃 사람에게
성기 노출할 때 사과하는 사람은?

01:08:22.880 --> 01:08:25.000
그것도 모자라서

01:08:25.080 --> 01:08:28.200
이젠 나한테
깜빡깜빡 윙크하는 전구까지

01:08:28.280 --> 01:08:29.880
바꾸러 가라고?

01:08:29.960 --> 01:08:34.120
왜냐하면 두 사람은
고작 한 시간도 못 낼 만큼 바빠서

01:08:34.200 --> 01:08:37.160
아빠가 살아는 있는지 들여다보고

01:08:37.240 --> 01:08:41.040
전구 바꾸러 가지도 못하니까?

01:08:46.560 --> 01:08:48.040
화장실 다녀올게

01:09:00.440 --> 01:09:01.640
내가 받을게

01:09:04.200 --> 01:09:07.120
- 비싼 상담 치료사인가 봐
- 엄청

01:09:07.800 --> 01:09:11.040
아빠 발톱도 깎는다고?

01:09:19.120 --> 01:09:22.280
그럼 혁명은 어떻게 할까?

01:09:22.360 --> 01:09:23.640
상황이 안 좋네

01:09:24.200 --> 01:09:27.120
전구는 우리가 바꿔야 할 것 같아

01:09:27.640 --> 01:09:29.160
동전 던져서 결정할까?

01:09:29.680 --> 01:09:31.360
아니면 기술자를 부르든가

01:09:31.880 --> 01:09:33.360
어차피 돈은 두 사람이 내잖아

01:09:34.360 --> 01:09:37.560
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
돈을 내는 거야, 훌리안

01:09:38.960 --> 01:09:41.120
그 말 오해의 소지가 있네

01:09:41.640 --> 01:09:43.360
오해하든 말든 맘대로 해

01:09:43.440 --> 01:09:44.880
전에도 이 고양이였나?

01:09:47.520 --> 01:09:49.680
전에도 그 말 한 번 했어

01:09:50.840 --> 01:09:54.720
네가 우리를 초대하지 않으니
알 수가 없잖아

01:09:55.440 --> 01:09:58.560
형 부부를 초대 안 하는 이유는
딱 한 번 왔을 때

01:09:58.640 --> 01:10:01.640
형수가 중고 소파에는
앉기 싫다고 해서야

01:10:01.720 --> 01:10:04.760
불편하다잖아
형수를 힘들게 할 수는 없지

01:10:04.840 --> 01:10:06.200
너무 안됐잖아

01:10:09.800 --> 01:10:12.800
이제 괜찮아졌어
그럼 얘기 시작해 볼까?

01:10:12.880 --> 01:10:16.360
마리사는 아주 예민하고
알레르기도 많아

01:10:16.880 --> 01:10:18.600
가난한 사람에게
알레르기가 있나 보다

01:10:18.680 --> 01:10:20.960
이제 내 아내까지 욕하는 거야?

01:10:21.560 --> 01:10:24.960
그럼 나 진짜 화날 것 같아
그냥 가는 수가 있어

01:10:25.040 --> 01:10:26.560
진짜 갈 거면

01:10:27.080 --> 01:10:30.000
이 구린 꽃병 가지고 가

01:10:30.920 --> 01:10:34.760
벽장에 숨겨뒀었는데
내 아내가 워낙 좋은 사람이라

01:10:34.840 --> 01:10:37.840
이거 보면 형이 좋아할 거라며
굳이 꺼냈지 뭐야

01:10:37.920 --> 01:10:41.280
10분, 마음만 먹으면
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

01:10:41.360 --> 01:10:44.280
딱 10분만 아빠 얘기 하고

01:10:44.360 --> 01:10:47.200
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

01:10:48.280 --> 01:10:49.200
크리스마스에도?

01:10:49.280 --> 01:10:51.680
우린 크리스마스에 사파리 여행 가

01:10:52.200 --> 01:10:53.640
아니면 아빠 장례식 때까지

01:10:54.160 --> 01:10:55.800
10분만

01:10:57.240 --> 01:10:58.080
형?

01:10:59.120 --> 01:11:00.800
꼭 그래야 한다면...

01:11:01.680 --> 01:11:04.040
네, 걱정 마세요, 제가 전할게요

01:11:05.120 --> 01:11:06.040
끊어요

01:11:07.120 --> 01:11:08.080
잠깐 실례해요

01:11:08.600 --> 01:11:09.680
왜, 여보?

01:11:09.760 --> 01:11:11.120
그 이웃분 전화였어요

01:11:11.760 --> 01:11:12.600
어떤 이웃?

01:11:13.640 --> 01:11:15.120
아버님 이웃

01:11:15.200 --> 01:11:17.240
이상하네, 원래 나한테 전화하는데

01:11:17.320 --> 01:11:20.160
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더래요

01:11:20.240 --> 01:11:23.440
배터리가 다 됐나 보다
왜 전화했대?

01:11:24.400 --> 01:11:28.160
아버님 댁에서
계속 전화벨 소리가 나더래요

01:11:28.240 --> 01:11:31.280
내 전화였을 거야
내가 계속 전화했거든

01:11:31.360 --> 01:11:34.120
보청기 배터리를 못 바꿔서
소리를 못 들으셔

01:11:34.200 --> 01:11:35.040
그러게요

01:11:35.120 --> 01:11:38.640
음악 소리가 나길래
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대요

01:11:38.720 --> 01:11:42.400
근데 문을 안 열어주시니
그냥 열고 들어갔는데...

01:11:43.440 --> 01:11:44.920
아빠 어디 있었대?

01:11:46.320 --> 01:11:47.840
바닥에 누워 계셨대

01:11:47.920 --> 01:11:50.000
바닥에 누워서 뭐 하셨는데?

01:11:51.200 --> 01:11:52.720
의식이 없으셨대요

01:11:54.320 --> 01:11:55.680
머리에서 피도 나고요

01:11:55.760 --> 01:11:58.000
- 이거 봐
- 뭘?

01:11:58.520 --> 01:12:00.920
계속 혼자 사시면 안 된다니까
내 말이 맞잖아

01:12:01.000 --> 01:12:03.560
그럼 이게 우리 잘못이라는 거야?

01:12:04.240 --> 01:12:05.760
어느 병원에 가셨대?

01:12:05.840 --> 01:12:07.840
- 안 가셨대요
- 무슨 소리야?

01:12:07.920 --> 01:12:10.440
뇌진탕이면 병원으로 모셔야지

01:12:10.520 --> 01:12:11.800
그럴 필요 없었대요

01:12:11.880 --> 01:12:14.600
구급 대원들이 와서
아버님을 살펴보니

01:12:14.680 --> 01:12:17.760
이미 몇 시간 전에

01:12:19.320 --> 01:12:20.280
돌아가셨대요

01:12:23.080 --> 01:12:24.000
누가?

01:12:25.880 --> 01:12:27.560
아빠가 죽었어?

01:12:29.920 --> 01:12:31.280
아빠가 죽었어?

01:12:32.640 --> 01:12:34.080
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요

01:12:34.600 --> 01:12:36.960
머리를 왜 부딪혀?

01:12:37.040 --> 01:12:39.080
넘어지면서 부딪힌 거죠

01:12:39.680 --> 01:12:40.960
그게 언젠데?

01:12:48.040 --> 01:12:50.560
시아버지는
음악을 무척 좋아하셨어요

01:12:51.760 --> 01:12:53.440
특히 클래식 음악요

01:12:55.440 --> 01:12:59.680
늘 음악을 들으셔서
집이 멜로디로 가득했죠

01:12:59.760 --> 01:13:00.680
안녕

01:13:02.120 --> 01:13:05.640
오랜 세월이 흘렀지만
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면

01:13:06.160 --> 01:13:09.800
어릴 때의 추억이
떠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

01:13:11.160 --> 01:13:14.480
오랫동안 잊고 지냈던
함께 살 때의 기억요

01:13:14.560 --> 01:13:19.680
아빠가 큰 소리로 튼 음악에
잠에서 깨곤 했던 주말 아침

01:13:21.360 --> 01:13:25.440
끝나지 않는 아침 식사와
싸움, 게임의 시간이었던

01:13:26.920 --> 01:13:29.880
일요일 아침이 떠오르면서

01:13:31.080 --> 01:13:32.240
감정이 북받치겠죠

01:13:33.440 --> 01:13:34.880
핏줄에 같은 피가 흐르고

01:13:34.960 --> 01:13:37.320
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

01:13:37.400 --> 01:13:39.880
음악을 통해 새삼 깨닫고요

01:13:40.400 --> 01:13:44.720
비록 다투기는 해도
설명할 수 없는 본능인

01:13:45.240 --> 01:13:47.960
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기에

01:13:48.040 --> 01:13:50.520
덜 외로울 수 있다는 것도요

01:13:50.600 --> 01:13:53.040
생일 축하합니다

01:13:53.120 --> 01:13:56.680
그리고 오늘 밤, 아주 오랜만에

01:13:56.760 --> 01:13:59.040
어쩌면 사는 동안 마지막으로

01:13:59.560 --> 01:14:00.680
서로를 보듬겠죠

01:14:02.640 --> 01:14:04.720
그렇게 모두 함께

01:14:04.800 --> 01:14:08.040
단 몇 초일지라도

01:14:08.120 --> 01:14:12.960
평생 한 번뿐일
잊지 못할 순간을 나눕니다

01:14:28.320 --> 01:14:30.400
- 괜찮아?
- 응

01:14:30.920 --> 01:14:34.440
카롤, 아빠가 어디서 넘어지셨대?

01:14:34.520 --> 01:14:36.440
그만해, 나탈리아, 그만하면 됐어

01:14:36.520 --> 01:14:38.320
알잖아, 누나

01:14:39.560 --> 01:14:41.720
사다리에서 떨어지셨어요

01:14:43.640 --> 01:14:45.560
사다리에는 왜 올라가셨대?

01:14:46.520 --> 01:14:48.560
화장실 전구를 바꾸시려고요

01:14:49.280 --> 01:14:50.560
그게 자꾸 깜빡깜빡...

01:17:00.200 --> 01:17:05.400
자막: 우아름
